송인희 지음/디스커버리미디어/1만3000원 |
‘홋카이도, 여행, 수다’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홋카이도에서 500일 동안 ‘두근거리는 삶’을 산 30대 여성의 여행 에세이다. 500일의 일본 생활을 감성적인 문장에 맛깔나게 담아냈다.
대학 시절 저자의 꿈은 우리 청춘들 대부분이 그렇듯 멋지고 안정된 직장을 얻는 것이었다. 그는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다녀오고, 국제환경단체에서 인턴 생활도 했다. 높은 토익 점수도 받는 등 사회가 원하는 스펙을 차곡차곡 쌓았다. 350대 1의 경쟁을 뚫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금융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저녁이 없는 삶과 보수적인 직장 문화, 높은 ‘유리천장’에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저자는 입사 3년 만에 사직서를 쓰고 말았다. 몇 개월 후 뒤따라 사표를 낸 남편과 함께 홀딱 반해버린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난다. 홋카이도는 ‘머무는 여행’을 막 시작한 젊은 부부를 두 손으로 환영해주었다. 홍차처럼 발그레한 단풍잎이 가득한 홋카이도였다. 그들은 습자지에 떨어진 잉크처럼 자연스럽게 홋카이도에 스며들었다.
책에는 삿포로에서 오호츠크해의 유빙까지, 이름난 도시와 최고 여행지, 유명 음식점이 대부분 등장한다. 이 책의 더 큰 매력은 저자와 더불어 공유하는 삶이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갈무리한 저자의 내면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숨막히는 안정’을 버린 저자의 청량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면서 청춘 세대를 생각한다. 여행이 가져다주는 맛과, 훌훌 던져버린 홀가분함을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글들이 가득하다. 홋카이도 연애편지 같은 책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