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드라이버 경력 27년 중 독일 뉘르부르크 링에서만 25년을 보낸 현대차의 시험 드라이버 덕 쇼이즈만은 13일(현지시간) 현대차를 비롯해 BMW, 포르셰, 벤츠, 재규어 등 링 인근에 기술센터를 짓고 양산차를 끊임없이 검증하고 있는 업체를 나열하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 눈을 씻고 봐도 링의 ‘인더스트리 풀’(IP) 멤버로 등록된 업체 중 프랑스 업체는 없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두 축인 독일과 프랑스 업체 간 자존심 싸움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되지만 명확한 이유는 모른다. 덕은 “프랑스는 독일 면적의 두 배에 달해 다양한 주행이 가능한 도로가 즐비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트랙이 있어서일 것이다”라고만 추정했다.
2013년 8월 완공된 유럽기술센터는 ‘제네시스 EQ900’ 등의 시험차가 필요한 소모품을 제공하고, 시험주행에서 얻은 정보를 유럽기술연구소, 화성연구소 등과 공유해 차량 성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차 제공 |
오래전 사고가 잦았고 이제는 유명 양산차업체들의 시험차들이 달리는 ‘북쪽 링’(노르트 슐라이페)은 많은 레이서의 죽음을 부를 정도로 거칠고 위험한 코스라는 의미로 ‘그린 헬’로도 불린다. 링의 해발고도는 최저 320m에서 최고 617m로 높낮이 차이만 300m에 육박한다. 영화 속 추격전처럼 차량이 붕 떴다가 뚝 떨어질 정도로 업다운이 심하다.
링을 돌다 보면 서킷 바닥 등에 새겨진 낙서나 글자도 눈에 들어온다. ‘링을 주행하다 숨진 레이서들의 이름이냐’는 질문에 벅은 “뉘르부르크 링의 담이 낮아 일반인이 야밤에 담장을 넘어와 몰래 여자친구 이름 등을 새겨놓은 것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뉘르부르크=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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