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에서 잘 나가는 이정민(23·비씨카드),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 양수진(24·파리게이츠) 등과 동기이지만 올해서야 처음 1부투어를 밟았다. 2009년 KLPGA 투어에 데뷔했지만 이후 5년이 넘도록 2부 투어에서 뛰었다. 서울 서문여고 재학시절 당했던 발목 수술을 프로 데뷔후 3년만에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처음 부상을 입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증세가 점차 악화되면서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불운을 겪은 셈이다. 최혜정은 “17살 때 처음 발목을 다쳤는데 재활도 제대로 하지 않아 부상 부위가 도졌다”며 힘들고 불운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고 웃으면서 담대하게 털어놨다. 그토록 염원하던 생애 첫 우승을 했을때 남들 처럼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던 것은 우승이라는 사실이 꿈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동기들이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한참 잘 나갈때에는 아예 애ㅓ TV 골프 중계 방송도 피했다. 자신도 그런 자리에 당당히 서야함에도 그렇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 때문이다.
올해가 돼서야 정규 투어에 입문한 최혜정은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상금 1억4000만원을 받았다. 이번 시즌 신인 중에서는 첫 우승자이기도 하다. 최근 5개 대회에서 샷 감이 좋아 상금랭킹 52위에 올라 오로지 상금랭킹 60위 안에 드는데만 신경썼다는 최혜정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목표는 시드 유지였다. 우승은 내년에 하고 그의 머리속에는 오로지 시드확보였다.
최혜정은 2009년에 프로에 데뷔했으나 2부투어서 5년간 활동하다 지난해 무안CC에서 열린 시드 선발전에서 60위로 턱걸이 합격해 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이 대회 전까지 23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8차례나 컷탈락하면서 시즌 상금 순위가 59위로 밀려 또 다시 ‘무안행’의 그림자가 엄습해오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하지만 지난주 ADT캡스 챔피언스에서 4위에 랭크되면서 상금 순위를 52위로 끌어 올린 뒤 마지막 무대에서 우승이라는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3라운드 출발전 1타차로 선두에 나섰던 최혜정은 “차분하게 경기에만 몰두하자고 했는데 후반에 몇타를 쳤는지 기억도 안난다”고 말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1m거리의 버디 찬스를 맞은 뒤 캐디에게 “이걸 넣으면 몇번째 버디냐”고 물었을 정도다. 첫 우승이 꿈같다는 그는 자신이 몇타차의 우승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최혜정은 자신의 스윙 리듬이 빠르다는 걸 알려준 박성현(22·넵스), 이정은(27·교촌 F&B)에게 고맙다고 했다. 자신의 동생은 박성현의 열혈팬으로서 이날도 박성현 선수를 응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성현을 이겼다기 보다 내가 3일동안 잘한 거에 뿌듯하다”고 활짝 웃었다.
최혜정은 10번홀까지 보기 2개와 버디 1개로 1타를 잃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 사이 시즌 4승을 노리는 박성현이 3타를 줄이며 무섭게 추격하면서 1타차 2위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최혜정의 저력은 이때부터 나왔다. 최혜정은 11번홀(파5)부터 13번홀(파4)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낚아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앞조에서 플레이하던 박성현도 이에 뒤질세라 12번홀(파3)부터 14번홀(파4)까지 연속 버디를 잡아 1타차 추격을 계속했다. 불안한 선두를 지키던 최혜정은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쐐기를 박았다. 박성현이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경기를 끝낸 뒤 최혜정은 2타차 선두로여유 있게 18번홀(파4)에 올랐다. 82야드 거리에서 두번째 샷을 52도 웨지로 홀 1m도 안 되는 곳에 붙인 최혜정은 가볍게 버디를 잡아 3타차 우승을 일궈냈다. 진주가 불운이라는 진흙을 털고 마침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용인=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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