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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름의 바람이 불어온다…간절한 바람도 사라진다

입력 : 2015-11-20 10:00:00 수정 : 2015-11-20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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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손짓하는 제주의 늦가을 제주의 가을을 말해주는 억새가 있는 기생화산 ‘오름’에 다녀왔다. 화산섬인 제주도 지형의 특징 가운데 도드라지는 것이 오름이다. 제주도에서 유일한 산인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봉우리 같은 크고 작은 오름이 모두 368개나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유럽 최고의 화산인 이탈리아의 에트나산(3323m)이 260여 개의 기생화산을 거느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한라산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오름은 대체로 황야나 목장지로 이용되며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을 만들어낸다. 
관광객이 제주도 정물오름 등산로 사이에 낮게 깔린 억새를 보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제주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봉우리 같은 크고 작은 368개의 오름이 있다. 가을철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뤄 관광객 발길을 끈다.

오름은 가을철이면 억새가 장관이다. 제주도 억새 하면 노꼬메오름과 세별오름 등 이름난 곳이 많지만 기자가 찾은 곳은 찾는 이들이 많지 않고, 쉽게 오를 수 있는 정물오름이다. 표고 469m로, 서북쪽으로 넓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가진 오름이다. 오름 서북쪽으로 두 팔을 벌린 형태의 비탈 아래 기슭에 ‘정물’이라 불리는 쌍둥이 샘이 있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정물오름은 오르기 쉬운 데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조용한 사색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오름에 오르는 동안 낮게 깔린 억새들이 등산로 양쪽에서 사열을 하듯 펼쳐져 있고, 그 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감을 더했다. 입구에서 오른 지 20여분도 안 돼 정상이 보인다. 갈대 숲 바로 아래 1961년 지어진 격납고 모양의 건축물인 ‘테시폰’으로 유명한 성이시돌 목장이 눈에 들어온다. 테시폰은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테시폰 지역의 전통양식으로 지은 건축물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안내를 맡은 이가 일일이 열거하는 이름도 재밌고 생소한 따라비오름, 애끈다랑쉬오름, 손지오름, 산굼부리오름 등이 눈앞에 펼쳐지고, 저 멀리에 한라산도 보인다. 
제주 정물오름.

정물오름은 제주 제일의 명터로 여겨진다. 안내인에 따르면 옛날에 금악리에 살던 강씨 성을 가진 이가 죽었는데, 그가 키우던 개가 죽은 이의 상체 옷자락을 물고 이곳에 끌고 와서 엎드렸고 한다. 알고 보니 그 개가 엎드린 곳이 바로 옥녀금차형(玉女金叉形: 옥 같은 여자가 비단을 짜는 형국)의 명당이라고 한다. 이후 그 개도 한 식구로 살다가 그의 곁에 묻혔다. 그래서 이곳에는 강씨 성을 가진 이들의 묘가 많다. 이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제주 오름에는 제주인들의 무덤이 있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곶자왈 정글공원 '환상숲'

다음으로 찾은 곳이 현경면 곶자왈 정글공원인 ‘환상숲’이다. 곶자왈은 각각 숲과 자갈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 ‘곶’과 ‘자왈’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형이 만들어진 지형이다. 용암이 남긴 이 같은 신비한 지형 위에서 독특한 생태계가 유지돼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이곳의 특징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방한계식물과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한다. 
계절의 순환도 바깥세상과는 다르다고 한다. 봄에 나뭇잎이 떨어지고 낙엽은 4∼5월에 볼 수 있다. 원래 흙이 한 줌도 없는 게 특징이며 한겨울에도 푸른 숲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겨울에도 딸기가 열매를 맺는다. 안내인은 “어릴 적 즐겨 듣던 옛이야기에 효녀가 병든 아버지를 위해 겨울철 위해 딸기를 구해서 드렸다는 이야기기 있는데, 아마도 딸기를 구했다는 곳이 곶자왈이 아니었겠느냐”며 설명했다. 
돌과 돌 사이에 제주방언으로 ‘궤’라고 불리는 구멍들이 이곳저곳에 있다. 이곳에서 바람이 나와 평균 15도를 유지한다. 방문객을 위해 평일 매 시간마다 해설사가 동행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둘러보는 데 1시간 소요된다. 일요일 오전에는 나무도 쉬어야 한다는 취지로 개방하지 않는다. 
제주 녹차미로 공원.

서귀포시 색달동에 있는 제주다원·녹차 미로공원은 약 16만5000㎡(5만평) 차밭을 배경으로 펼쳐진 차 명소다. 중문관광단지에서 10여분 걸리는 곳으로 차밭에 1, 2, 3코스의 미로를 만들어 놓았다. 입장객에게는 가마솥, 덖음차, 홍차, 야생차, 보이차 등을 제공한다. 
이곳 전망대 오르면 동쪽으로 서귀포 범섬, 숲섬, 문섬, 월드컵경기장, 약천사, 남쪽으로는 중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국제컨벤센센터,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최남단 마라도, 가파도도 볼 수 있다.

제주=글·사진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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