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 파리 테러 총책으로 지목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가 프랑스 경찰의 은거지 습격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19일(현지시간) 확인됨에 따라 향후 수사력은 남은 공범 수색과 범행 전모 파악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파리 검찰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날 총격을 받아 온몸이 벌집이 된 채 발견된 시신이 아바우드로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날 워싱턴포스트가 “경찰 습격 과정에서 아바우드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수사당국은 아직 DNA 조사 중이라며 부인한 바 있다.
당시 경찰 습격으로 2명이 숨지고 8명이 체포됐는데, 다른 시신 한 구는 아바우드의 사촌인 하스나 아이트불라첸(26)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찰 습격 당시 “네 남자친구는 어디 있냐”는 질문에 성난 목소리로 “그는 내 남자친구가 아니다”라고 답한 뒤 자폭했다. 그는 지난 6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리아로 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바 있으며, 경찰은 그가 아바우드를 숨겨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13일 파리 연쇄테러 이후 그를 줄곧 감시해 왔다고 프랑스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소셜미디어에는 아바우드가 “유럽, 아프리카, 아랍국, 미국 등 어디든 굴욕적인 삶이지 않느냐. (그러면서) 감히 무슬림으로 불릴 수 있느냐”며 “용기와 영예를 찾아라. 오직 종교에서만, 지하드에서만 그걸 찾을 수 있다”고 촉구하는 55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영상이 언제 촬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수사당국은 바타클랑 극장 근처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용의자 휴대전화 통화내역 분석과 각종 제보 등을 통해 아바우드가 시리아가 아니라 파리 북부 생드니 코르비용가의 3층짜리 다세대주택에 은신해 있다고 보고 작전을 진행했다. 저격수와 수류탄까지 동원돼 7시간 이상 이어진 작전에서는 경찰이 쏜 총탄만 5000발에 달할 정도로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건물 3층이 완전히 붕괴돼 시신 수습 및 신원 확인이 예상보다 지연됐다. 경찰 관계자는 “잔해 속에 제3의 시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파리 테러 다음날 벨기에로 유유히 달아나 국제 수배령이 내려진 살라 압데슬람(26)이나, 17일 추가로 확인된 ‘제9의 공범’이 사망 또는 체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아바우드 은거지를 습격하면서 인근 카르노 대로의 다른 집에서 남녀 각 1명씩을 체포했다. 이번에 검거된 ‘생드니 조직’이 19일 이후 파리 부도심 라데팡스에서 추가 테러를 벌일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유럽 경찰기구인 유로폴의 롭 웨인라이트 국장은 “유럽인 가운데 시리아·이라크로 넘어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2000명이고, 조력자가 8000명”이라며 추가 공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테러와의 전쟁’에 4억유로(약 5000억원)를 추가 투입하기로 한 벨기에는 이날 스타드 드 프랑스 자폭범 빌랄 하드피(20)의 주변 인물들을 검거하기 위해 브뤼셀 인근 6개 지역을 급습했다. 또 파리 테러 당시 사용된 폭탄 조끼를 제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폭발물 전문가 ‘모하메드 K’ 수색에 나섰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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