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빈소서 "충신은 어디 갔느냐"며 김기수 먼저 찾아 울음 '왈칵'
특히 '상도동계 상주'중에서도 김기수(70) 전 대통령 수행실장의 슬픔과 절망은 그 누구보다도 커 보였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김 전 수행실장은 가신 중에서도 35년간 지근거리에서 YS를 그림자처럼 보필해온 분신과도 같은 존재로 통한다.
한결같이 YS만 바라보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주군'의 곁을 지킨 김 전 실장을 상도동을 오가는 사람들은 '비서실장'이라고 부르며 예우했다.
김 전 실장은 한양대학교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YS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특히 6·25 전쟁 때 월남한 실향민으로 형제도 없이 홀로 모친을 모셔왔던 김 전 실장은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주던 YS를 아버지처럼 따랐다는 게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YS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제2부속실장)의 회고다.
김 전 실장은 1981년 YS가 창설한 민주산악회, YS가 1984년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뭉쳤던 민주화추진협의회에서 활동하면서 YS의 '손발'과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이후 YS의 민주자유당 총재 시절에는 보좌역으로,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 수행실장이 됐고 퇴임 이후에도 전직대통령의 비서관(1급) 자격으로 YS 곁을 지키며 가족 못지않은 '가신(家臣)'이 됐다.
오죽하면 지난 22일 빈소를 찾은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끝까지 아버지(YS)를 모시던 충신은 어디 갔느냐"며 김 전 실장을 찾았을 정도다.
JP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왈칵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YS의 지난했던 정치역정을 함께 한 것은 물론 시시콜콜한 개인사를 다 챙겼다.
그러면서도 생전에 YS의 근황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서는 '귀'는 있되 '입'은 없다는 철칙을 내세우며 말을 아끼면서도 YS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그의 면모는 빈소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죽음을 목전에 둔 YS의 최근 병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단답형 대답이야 병원에 들어오셔서도 했고, 말씀도 잘 들으시고, 사람들도 다 알아보고 했다. 2∼3일 사이에 갑자기 힘들어하셨다"고만 전했다.
또 YS가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직원에게도 반말하지 않았다"거나 "호텔을 나올 때면 도어맨의 손을 잡고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씩 쥐어줬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주군의 인간적 면모를 회상하며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김 전 실장에 대해 YS는 '무한신뢰'를 보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청와대 입성 직후 경내 지리가 낯설었던 YS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수야 어딨노"라며 김 전 실장을 찾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JP는 YS 빈소에서 김 전 실장에게 "둘도 없는 충신(김 전 실장)에게 말씀하신 거 있지, '강물에 빠져 죽어라'는 거…"라며 짓궂은 농담을 던졌다. 측근이 큰 실수를 저지르면 YS가 호통을 쳤던 일을 기억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한강물에 빠지라고요"라며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듯 JP에 대꾸하며 주군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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