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그 다른 무엇>
◇프로라면 시비도 작전, 기싸움에 밀리지 말아야
프로라면 상대와의 기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투수의 몸쪽 위협구, 수비수의 거친 태클, 상대 선수의 욕설, 노려보기 등이 모두 기싸움의 일종이다.
상대 팀 관중들의 야유는 물론이고 자기편 관중들의 비난도 프로라면 이겨내야 할 기싸움이다.
①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의 최대 무기는 몸에 맞히는 볼
로저 클레멘스(53)는 통산 354승 184패, 방어율 3.12, 탈삼진 4672개를 기록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였다.
30대 중반이후 약물복용으로 흠집이 났지만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뿌려 '로켓을 던지는 사나이'라는 뜻에서 '로켓 맨'으로 불렸다.
'로켓 맨' 로저 클레멘스가 타자를 압도하는 무기는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였겠지만 실상은 기싸움이었다.
로저 클레멘스는 상대 타자 몸이자 얼굴쪽으로 향해 로켓을 마구 뿌려댔다.
타자는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홈플레이트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몸쪽 볼만 오면 움찔하게 된다.
이길래야 이길 수 없다.
오죽하면 보스턴 레드삭스 에이스였던 로저 클레멘스가 1999년 라이벌 뉴욕 양키스로 이적했을 때 양키스 선수들은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좋은 투수가 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제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서 만세를 불렀다는 것이다.
아무나 로저 클레멘스를 흉내낼 수 없다. 잘못 머리를 향해 볼을 던졌다가 뒷감당할 수 없다. 타자에게 얻어 맞든지 등 등.
이 모든 것을 이겨낸 배짱이 로저 클레멘스에게 있었다. 기싸움도 프로였기 때문이다.
최고투수라면 클레멘스처럼 두둑한 배짱을 갖고 적절히 위협구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타자 머리를 맞춰 다치게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최고 투수라면 상대가 슬쩍 피할 여유, 머리가 아닌 머리 가까이 던질 줄 알아야 한다. 강속구가 몸근처로 온다는 것 자체만으로 타자는 얼게 마련이다.
반대로 잘치는 타자라면 투수의 위협구에 대해 "던질테면 던져라"고 맞서야 한다.
창과 방패의 대결 결과는 누가 기싸움에서 이기는가에 달려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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