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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포니차·럭키금성 TV… 지금은 사라진 ‘그때 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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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2-05 06:00:00 수정 : 2015-12-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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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시대’ 우리경제·산업은
‘응답하라 1988’ 등장 인물들.
자료:tvN캡쳐
‘응답하라 1988’의 무대 1988년은 여러모로 한국경제의 상징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88올림픽을 개최하며 ‘한강의 기적’을 세계 만방에 과시한 고도성장의 절정기였지만 ‘저금리·저달러·저유가’의 3저 호황 시대가 끝나면서 한국경제를 1998년 외환위기로 내몬 ‘거품’이 쌓이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당시 경제성장률은 11.9%였는데 이후 한국경제는 이를 넘어선 적 없다. 경제학계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평균이 1980년대 9.3%를 유지하다 올림픽을 기점으로 1998년 외환위기 때까지 7.8%로 떨어지고 그 이후 다시 3∼4%대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한다.

산업구조도 1988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농림어업은 급격히 위축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급성장했다. 특히 기존 중화학공업에서 한층 더 나아간 첨단 기술 산업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다. 한국거래소의 증권통계연보를 보면 이 같은 상황이 잘 나타나는데, 1988년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위는 그해 국민주 열풍을 일으키며 상장된 ‘포항제철(현 포스코)’이다. 당시 노태우정부의 대선 공약은 공기업 민영화였는데 국민주 1호가 포항제철, 2호가 한국전력(1989년 상장)이었다. 포항제철의 시총은 3조4665억8500만원이며 평균 주가는 3만361원(3일 종가 17만2500원)이다. 

시총 2∼6위는 서울신탁은행, 상업은행, 조흥은행, 제일은행, 한일은행 순으로 모두 지금은 사라진 은행 차지다. 주인공 성덕선 아버지가 다니는 한일은행은 1998년 금융위기 때 한국상업은행과 합쳐지면서 한빛은행이 된 후 다시 평화은행을 더해 지금 우리은행이 됐다. 80년대는 시총 순위만큼이나 은행 위세가 등등하던 시절인데 설립연도 순으로 ‘조상제한서(조흥은행·상업은행·제일은행·한일은행·서울은행)’로 서열을 매기곤했다. 시총순위 7위는 대우, 8위는 현대건설, 9위는 대우증권이고 10위는 주인공 셋집 주인인 정환이네 아버지가 복권 당첨금으로 대리점을 차린 금성사였다.

드라마 속 정환 아빠 성균의 점퍼. 성균은 금성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당시 시총 순위는 12위였고 평균 주가는 3만2631원이었다. 삼성전자가 뒤진 듯하나 매출 기준으로는 당시 삼성전자가 7등으로 8등 금성사를 이미 앞질렀다. 현재 삼성전자 성공의 기반인 메모리 반도체는 90년대 들어서야 세계 선두에 진입했다. 1984년 오랜 노력끝에 256k D램을 개발하고 2년 뒤인 1986년에 1M D램까지 개발했으나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할 때 까지는 반도체 선진국을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80년대 후반은 전 국민이 주식 투자 열풍에 빠졌던 시기다. 특히 1988년은 코스피가 처음 1000선을 돌파하며 증권주가 초호황을 누려 시총 30위권 안에 대우증권, 대신증권, 럭키증권, 동서증권, 쌍용투자증권 등 증권사가 여럿 포진했다.

드라마 7회에서 서울 압구정동의 맥도날드 1호점의 개점 모습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재계순위는 대체로 삼성, 현대, 럭키금성 순으로 매겨졌는데 88년 당시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7년 매출실적 기준 재계 1위는 현대그룹(총12조8830억원)이었으며 2위는 삼성그룹(11조6889억원), 3위는 럭키금성그룹(9조5530억원)이다. 그 뒤로는 대우 선경 쌍용 한진 한국화약 효성 동국제강 기아 두산 롯데 코오롱 동아건설 한일 대림 금호 동부 삼미 미원 해태 대한전선 강원산업 풍산금속 고려합섬 동양시멘트 한라 한보 극동건설이 30대 그룹 순위를 채웠다.

‘응답하라1988’ 드라마 속 정환이네는 골목에서 유일하게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차량은 1984년 출시된 ‘포니2’다.
현대그룹 매출 1위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응팔에서 금성사 대리점주 정환이네는 골목 유일한 차량 보유 가문으로 재력을 과시한다. 차종은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포니2(1984년 출시)’. 80년대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공업, 대우자동차가 혈투를 벌이던 시절인데 특히 88올림픽 전후로 내수가 폭증하면서 자동차 생산 규모가 연간 100만대를 돌파했다. 당시 자동차 시장의 주인공은 현대 엑셀(1985년 출시). 86년 미국 진출 첫 해에 16만8000대를 판매해 세계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하며 자동차 대량 수출의 물꼬를 텄다. 88년에도 미국 판매실적 26만대를 기록했다. 수출전선에선 대우 르망, 기아 프라이드도 선전했다.

연탄은 드라마에서 빈부를 가르는 중요한 소재 중 하나다.
1988년 쌍문동 골목길에서 빈부를 가르는 주요한 소재에는 연탄도 빠질 수 없다. 월동 준비차 정환이네는 트럭째로 연탄 1000장을 주문해 창고를 꽉꽉 채우지만 넉넉지 못한 선우네는 그날그날 서너 장씩 사다 때운다. 1986년 연간 2425만t으로 정점을 찍었던 연탄 수요는 도시가스 공급 등으로 88년 대폭 줄어든 상태였다. 당시 기사를 검색하면 “막장서 허덕, 태백탄전 불황 3년” 등이 나타난다. ‘삼천리 70년사’에 따르면 당시 연탄시장은 삼천리·삼표연탄·동원연탄 3사 경쟁체제였는데 경쟁력 악화로 적자를 기록해 석탄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지경이었다. 특히 올림픽 개최를 앞둔 서울 지역의 대대적 주거 정비로 연탄 소비 감소 폭이 컸다고 한다. 결국 삼천리는 1992년 연탄사업 정리계획을 수립하고 6월 30일 수색공장을 폐쇄한다.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는 보조금을 투입하며 89년부터 연탄 가격을 규제해왔는데 연탄 1장당 고시가격은 88년 185원, 현재 391.25원이다. 하지만 실제 시판 가격은 갯수에 따라 달라지는 배송비 때문에 500∼1000원으로 들쭉날쭉하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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