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소한 브랜드들을 PB(Private Brand·자체브랜드)라고 한다. PB는 유통업체들의 자체 브랜드로 기존 제품과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은 약 10∼20가량 싸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격이 싼 이유는 광고와 마케팅 등에 돈을 쏟아붓지 않았기 때문이다. PB상품은 과거 NB(일반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긴 경기 불황에 ‘값싸고 질도 보장되는’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유통업체들이 자체 기획·개발한 PB 제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대형마트에선 쌀·우유·생수·홍삼 등의 PB 제품이 속속 매출 1위에 오르고, 편의점에서도 도시락·커피·라면 등 PB 히트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개별 품목에서 이미 이마트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은 PB도 많다. ‘이마트 이맛쌀(20㎏)’의 경우 전체 쌀 상품군 매출의 30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 1위 제품이다. 2013년 ‘반값 홍삼정’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등장한 ‘이마트 6년근 홍삼정(240g)’ 역시 하루 평균 600개가 팔리며 홍·인삼 상품군 전체 1위다.
홈플러스 역시 올해 PB 매출비중(1월1일~12월10일)이 28.4에 이른다. 홈플러스는 싱글스 프라이드(1인간편식), F2F(의류), 홈플러스 좋은상품, 웰빙플러스(친환경) 등의 PB를 거느리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홈플러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우유(판매량 기준)는 연세우유와 손잡고 내놓은 ‘홈플러스 좋은상품 1A우유(1ℓ)’로 집계됐다. 이 PB우유의 판매량은 2위인 같은 용량의 서울우유 제품의 3.6배에 이른다.
홈플러스 좋은상품 맑은 샘물(2ℓ)도 홈플러스 내 생수 판매량 1위 품목이다. 전체 국내 생수시장 수위 제품인 제주 삼다수보다 23%나 많이 팔렸다. 가격은 삼다수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롯데마트의 경우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PB 매출비중이 작년과 같은 26.1로 집계됐다.
2013년 5월 출시된 롯데마트 ‘통큰 초코파이’는 올해까지 3년 동안 파이 과자 부문에서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PB는 NB(일반제조업체 브랜드)와 달리 중간마진과 브랜드 로열티가 없어 20~30 저렴한 반면, NB에 물건을 공급하는 업체가 PB 위탁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많아 품질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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