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왕궁면 일대에 조성 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 ‘푸드폴리스(FOODPOLIS)’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식품기업과 민간연구기관 등이 입주할 식품산업단지는 문화재 조사가 끝난 지역 등을 중심으로 부지 조성과 우수관로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공정률은 30%에 이르고 있다. 특히 품질안전센터와 파일럿플랜트 등 기업지원시설은 바닥공사와 구조물 철골공사가 70%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2016년 말이면 국가식품클러스터는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고부가식품의 연구개발(R&D) 지원과 국내외 산학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식품산업의 메카로 도약하게 된다. 세계일보는 세계 식품시장으로 가는 농식품 수출 전진기지인 국가식품클러스터의 현재와 미래를 두 차례에 걸쳐 조명하고자 한다.
전북 익산시 왕궁면 일대에 조성 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의 기업지원시설 공사 현장. 공사 인부들이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건축자재를 옮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정부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시작하면서 ‘글로벌 식품시장의 신(新)중심’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는 세계 식품시장을 타깃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2011년 4조8000억달러였던 세계 식품시장은 2014년 5조3000억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세계 자동차시장(1조7000억달러)의 3.2배, 세계 정보기술(IT)시장(2조9000억달러)의 1.8배 규모다. 올해에는 5조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2012년부터 전북 익산시 왕궁면 일대에 여의도 면적(290만㎡)의 약 1.2배인 358만㎡에 5535억원(국비 1357억원, 지방비 607억원, 민자 3571억원)을 들여 국가식품클러스터를 건설 중이다. 2016년 말 완공될 232만㎡ 규모의 미래형 식품전문산업단지인 ‘푸드사이언파크’에는 산업용지와 기업지원시설, 민간연구단지 등이 들어선다. 또 인근 126만㎡에는 배후도시인 ‘푸드시티’가 2018년까지 건설된다.
‘푸드사이언스파크’는 크게 산업시설 권역과 기업지원시설 권역, 민간R&D 권역, 오폐수·폐기물처리시설 권역으로 나뉜다. 산업시설권역에는 △제과·제빵·주류 등 일반식품존 △외국인 투자기업이 입주하는 글로벌식품기업존 △직배송·유통 등 물류·유통존 △첨단기술 융합식품·발효식품·쌀가공식품 등 전략식품존 △포장·용기류, 음식료품 가공기계류, 조미료 등 식품연관 산업존으로 구성된다.
최상의 문화환경과 글로벌 주거환경이 결합한 ‘푸드시티’는 주거·사업·교육시설지구와 문화관광지구로 꾸며진다. 첨단 IT 인프라와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을 갖춘 스마트 주거공간인 주거시설지구에는 한옥마을과 외국인 전용 주거단지, 고·중·저층 주거단지 등이 들어선다. 상업시설지구에는 식품 테마 스트리트 몰, 국가별 식품 쇼핑 공간, 게스트하우스, 숙박시설이 조성된다. 교육시설지구에는 식품관련 특성화고·대학교와 글로벌 외국인학교가 설립 또는 유치되고, 영어마을도 생긴다. 문화·관광지구는 식품전시체험관과 식품전문 컨벤션센터, 글로벌식품관, 식품박물관, 미래첨단식당 등 문화·관광행사에 필요한 식품문화테마 복합시설로 꾸며진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최대 자랑은 기업지원시설 권역에 설치될 6대 지원시설이다. 3대 핵심 R&D센터(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 식품품질안전센터 식품패키징센터)와 파일럿프랜트, 식품벤쳐센터(임대형공장), 클러스터지원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는 기능성 식품소재 표준화 연구, 효능평가 연구, 안전성 평가를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국내외 산학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업의 상품화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식품품질안전센터는 전문 위생검사 시설을 구축해 입주기업의 자가 품질검사에서 수출에 필요한 특수검사까지 식품안전 확보를 위한 검사·분석을 지원한다. 식품패키징센터는 화학적·물리적 유통환경 검사를 수행하고 수출지향형 가공식품의 부가가치 향상을 지원한다. 파일럿프랜트는 입주기업에 상품화 지원을 위해 맞춤형 시제품 소량 생산, 위탁 가공생산, 공정표준화실험 등을 위한 시설을 제공한다. 식품벤처센터는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으나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저렴한 비용으로 공장을 임대해 초기 추가비용과 운영비 절감 등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게 돕는다. 클러스터지원센터는 산업단지 조성과 식품기업 유치, 기업지원, 홍보 등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총괄 운영·관리한다.
특히 이들 기업지원시설이 완공되기 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임시연구소는 벌써 성과를 내고 있다. 원광대와 전북대 특성화 캠퍼스 두 곳에 구축된 임시연구소에서는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위한 기능성평가, 품질안전, 식품패키징, 국제공동 기술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다. 기능성 당류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건강기능 식품소재 기업 ‘네오크레마’는 노인성 변비 개선 효과가 있는 올리고당으로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성분이 규명되지 못해 수출은 불가능했다. 이때 임시연구소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 회사는 임시연구소의 장비와 인력을 지원받아 생산공정 표준화와 동물실험을 통한 효능평가는 물론이고 성분 규명 등을 마치고 일본 수출을 앞두고 있다.
‘천일식품’과 ‘대두식품’은 된장 등 취급식품의 안전성과 포장재 개선 등 애로사항을 임시연구소를 통해 식품패키징 연구를 진행 중이다. 두 기업은 장류의 유통기간 발생하는 갈변현상을 억제하는 포장방법, 전자레인지 조리용 즉석 편의식품 포장용기 개발 등으로 국내외에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투자유치 활발… 113개 기업·연구소와 투자협약 체결
농식품부는 CJ, 동원F&B, 하림, 샘표식품 등 국내기업 57개와 미국 웰스프링, 캐나다 선옵타, 일본 자룩스 등 외국기업 46개 등 총 103개 기업과 투자협약을 맺었다. R&D 지원을 위해 글로벌 식품연구소인 니조식품연구소, TNO식품연구소 등 국내외 10개 연구소와도 협약을 체결했다. MOU 체결 기업 중 국내 기업 5개사(하림식품, 에이젯시스템, 원광제약, 조은건강, BTC)는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식품기업 대상 분양가능 면적 95만㎡ 중 9만8000㎡(10.4%)를 계약했다. 미국의 웰 스프링·햄튼 그레인즈와 중국의 웨이하이자광생물과기개발·차오마마, 케냐의 골드록 인터내셔널, 체코의 프라하 골드 등 해외기업 6개사는 외국인 투자신고를 마쳤다. 유제품 등을 제조하는 웰스프링은 내년 1월 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햄튼 크레인스는 내년 6월 착공을 목표로 유기농 미강(쌀겨) 원료 수급을 위한 파트너와의 업무 협의 및 유기농 원료의 단백질 함유량을 테스트 중이다. 차오마마는 2018년 내에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젤리 및 푸딩 생산 공장 설립하기로 했다.
이준원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2017년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본격 운영될 수 있게 조성공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중 국내기업 대상 2차 분양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조세 및 임대료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외국인 투자지역 1차 대상지(11만6000㎡) 입주계약 체결을 추진(내년 2월)하고 내년 상반기 중 외국인 투자지역을 45만㎡까지 확대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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