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그간 비판 고려해 설명책임 강화
한국은행이 현행 중기 물가안정목표의 적용기간이 종료되면서 2016년 이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2%로 설정했다.
또한 2013~2015년 중기 물가안정목표에 한 번도 도달하지 못해 제도가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에 따라 설명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2018년까지의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전년동기대비) 2%라는 단일목표로 설정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중간목표 없이 일정기간 또는 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물가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수준은 3%를 겨우 넘어섰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총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능력을 의미한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 중반으로 낮아진 잠재성장률은 2015~2018년 3.0~3.2%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서 부총재보는 "우리나라의 기조적 인플레이션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구조 변화로 인해 2012년 전후로 2% 내외로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안정, 성장,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가장 바람직한 인플레이션 수준을 의미하는 적정 인플레이션도 2% 내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도 CPI는 향후 예상되는 국내외 경기상황, 원자재가격, 경제구조 변화 추이 등 제반 여건을 보더라도, 물가가 당분간 비교적 낮은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CPI 상승률은 새로운 목표수준인 2%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나 2017~2018년에는 대체로 2% 내외로 전망했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적용된 물가안정목표 수준은 '2.5~3.5%'라는 범위로 설정했으나 이번에는 단일 목표제로 제시했다.
단일 목표제 설정의 이유로 서영경 부총재보는 "'목표 범위' 방식은 신축성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범위 전체가 물가목표로 제시되므로 불명확한 정책목표, 기대인플레이션 안착 곤란 등의 문제점이 있다. 또한 '목표범위' 또는 '중심치±변동허용폭' 방식으로 목표를 제시하게 되면 1%대 물가도 바람직한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오해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은은 2%의 목표를 맞추기 위해 그때그때 통화정책을 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허진호 통화정책국장은 "물가가 전년동기대비 1.6%나 1.7%가 된다고 해서 2%를 무리하게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 제시한 것은 중기적인 물가목표이기 때문에 1~2년 뒤에 2%에 수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기적인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금리인하, 인상하는 식으로는 통화정책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물가안정목표의 대상지표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CPI로 설정했다.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32개국 모두 CPI를 대상지표로 삼고 있다. 영국, 뉴질랜드, 호주, 체코, 태국 등이 근원 물가지수를 사용하다가 소비자물가지수로 기준지표를 변경했다. 농수산품, 유가 등이 제외된 근원물가지수는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번에 바뀌는 물가안정목표제는 설명책임을 강화했다. 그간 한은은 물가목표를 설정한 2012년 11월 이후 CPI가 1%대로 떨어진 후 단 한 번도 이 범위에 들어온 적이 없어 비판을 받아왔다.
그간 연 2회 발행됐던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통해 물가안정 목표제 운영상황을 설명해왔다면 내년부터는 국회 제출 법정보고서인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연 4회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설명할 예정이다.
서영경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안정목표를 ±0.5%p 초과하여 벗어나면 총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물가 안정목표 이탈 원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경로,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한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등을 설명할 것이다. 이후에도 ±0.5%p 초과 이탈이 지속되는 경우 3개월마다 후속 설명책임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설명책임은 물가안정목표제 채택 국가 중 영국, 이스라엘, 아이슬란드, 터키, 세르비아, 인도 등 6개국만 이행하고 있다.
한은은 "적극적으로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도모하고 크게 조정된 물가목표의 순조로운 정착을 위해서 다른 나라의 경우(±1~±2%p)에 비해 추가 설명책임 이행 요건을 엄격하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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