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정명령·대국민담화엔 "검토하거나 고려하지 않아" 선긋기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민생법안의 국회 통과일 뿐"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 의장은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가 비상사태에 (직권상정이) 가능하다고 돼 있는데, 과연 지금 경제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느냐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1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간 합의를 통한 법안 처리를 주장해왔으나, 야당이 미온적인 상황에서 직권상정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인식을 드러내왔다.
박 대통령이 최근 한달 새 국무회의 등을 통해 일곱 차례나 국회에 책임을 물으며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발언의 수위를 끌어올린 것도 이를 위한 명분 쌓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돼 왔다.
현기환 정무수석이 전날 정 의장을 찾아가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과 함께 민생법안의 직권상정을 직접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정 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는 청와대로서는 상당히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과의 직접적인 충돌이 부담스러운 듯 공식 대응을 자제했지만, 민생법안 논의 정국에서 보여온 정 의장의 태도에 대해 불만이 쌓여온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야 간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다, '안철수발(發) 야권 분열'로 법안 논의 여건이 더욱 악화된 상황에서 정 의장이 여야 지도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핵심 관계자는 "19대 마지막 국회의 정상화 여부는 정 의장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직권상정이 가로막힌 상항에서 청와대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여야가 한발 더 나아가면 합의를 이룰 수도 있고, 정 의장도 움직일 수 있다"며 여론의 힘을 통해 여야 협상을 더욱 압박해 나가겠다는 분위기다.
아울러 여권 내에선 후속조치로 대국민담화를 통한 여론호소,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 발동 등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두 사안 모두 검토대상이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다.
긴급재정명령의 경우 발동요건과 국회의 사후승인 절차 등을 고려할 때 법적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어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대국민담화도 현 단계에선 고려하고 있지 않은 카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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