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18일 제주도가 신청한 중국 녹지(綠地)그룹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투자적격성 등 법령상 요건을 충족해 이를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국계 영리병원의 탄생은 국민건강보험에 기반한 국내 의료체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병원비가 폭등하고 건강보험이 무력화하는 등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은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시켜 외국인 환자 위주의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다. 비영리 기관인 다른 병원과 달리 병원의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비율이 법인 출자총액의 50% 이상인 외국계 영리병원을 제주도와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허용하고 있는데, 내국인도 건강보험 적용을 포기하면 이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법에서 경제자유구역 내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이 허용된 만큼 녹지국제병원이 중요한 테스트베드(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조만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녹지국제병원의 최종 허가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심의 통과는 무난해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녹지국제병원이 응급의료체계를 구비하고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는 줄기세포 시술 등을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제주도가 지속적인 사후 관리감독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승인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중국 녹지그룹의 국내 법인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절차 미비로 반려됐던 녹지국제병원의 설립 계획서를 지난 6월 제주도에 제출하고 복지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778억원을 들여 47병상(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된다.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에 의료인력 134명(의사 9명, 간호사 28명, 약사 1명, 사무직 92명 등)이 근무하며 2017년 3월 개원할 예정이다.
영리병원의 등장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료분야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존의 건강보험체제가 위협받고 비영리병원들의 의료비가 크게 오를 것”이라며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해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의원들도 “녹지그룹은 의료사업 경험이 없는 부동산 재벌기업으로 제주도에서 미용성형을 이용한 돈벌이사업을 벌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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