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국으로 떠나 본격적인 시즌 준비 돌입…데뷔전은 코츠 챔피언십
전인지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계급장 떼고 편하게 얘기하자는 마음으로 나왔다. 조금 지나친 부분은 편집을 잘 부탁드린다"며 미국 진출을 앞둔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0위 전인지는 올해 US오픈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일본여자오픈 등 한·미·일 메이저 3개 대회를 휩쓸며 201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선수다.
항상 바르고 조리있는 답변으로 '모범생' 이미지를 달고 다니는 전인지는 이날 인터뷰에서 "골프을 하면서 가장 삐뚤게 행동한 것은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 몸이 아파 병원에 가는 길에 떡볶이를 사먹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게 정말 가장 큰 일탈 행위라며 다시 묻자 "떡볶이에다 튀김까지 사먹었다"라고 덧붙였다.
2016시즌 LPGA 투어 공식 데뷔를 앞둔 전인지는 "몇 승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상금 10위 안에만 들면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며 "올해 너무 잘해 사고를 쳤다는 표현을 쓸 만큼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더 성장한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27일 미국 팜스프링스로 출국하는 전인지는 "훈련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2월 코츠 챔피언십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쪽으로 80% 정도 마음을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전인지와 일문일답.
-- 외국 잔디에 적응해야 할 텐데.
▲ 어릴 때부터 한국 잔디보다 오히려 외국 잔디를 더 좋아했다. 또 올해 외국 대회에 출전하면서 다양한 잔디에 적응력을 키웠고 자신감도 생겼다. 2016년은 첫해니까 욕심내기보다 즐겁게 생각하려고 한다. 국내 투어에서 3년 뛰면서 익숙해진 코스가 많았는데 이제 새로운 코스를 대해야 한다.
-- 첫해 목표는.
▲ 승수보다 상금 10위 안에 들면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 올해 사고를 쳤다고 할 만큼 많은 것을 이뤘기 때문에 여기서 더 성장한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너무 클 것 같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은 꼭 내년이 아니더라도 투어 생활하면서 우승해보고 싶다.
-- 롤 모델이 있다면.
▲ 세계적으로 기량이 뛰어나고 자기 관리도 잘하는 선수가 많지만 닮고 싶은 선수를 꼽으라면 아널드 파머다.
-- 미국에 가면 공부와 학업을 어떻게 병행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을 텐데.
▲ 1학년 때 의욕이 넘쳐서 과제를 찾아 제출하기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외국 대회도 많이 오가면서 예전에 비해 학업에 소홀해진 것이 사실이다. 다만 외부에 보이기 위해 학업을 억지로 병행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마케팅에도 관심이 많아서 대회 갈 때마다 시설 등을 둘러보며 갤러리 입장에서도 바라보려고 노력할 정도다.
-- 다음 시즌 국내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이 있는 대회가 많을 텐데.
▲ 우선 미국 무대 적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LPGA 투어에 전념하고 싶다. 다만 올림픽 출전과 투어 신인상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대회 출전 계획이 달라질 것 같다. 아직 국내 디펜딩 대회에 다 나올 것인지 정하지 못했다.
-- 어깨 부상은 어떤가.
▲ 어릴 때부터 안 좋은 스윙 습관 때문에 생긴 것인데 그동안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 병이 커졌다. 그러다가 병이 커져 4개월 가까이 목이 돌아가지 않아 훈련도 못 하고 치료에만 전념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몸 관리의 중요성을 느꼈고 지난 시즌에는 항상 대회를 마치면 월요일에 운동, 치료에 전념해 전혀 통증 없이 지냈다. 그러나 올해는 또 그렇게 하지 못해 시즌 막판에 부상이 있었다. 앞으로 더 몸 관리에 신경 쓰려는 취지로 일찍 미국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 학교생활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 동아리 활동을 못하는 것이 굉장히 아쉽다. 펜싱, 스킨스쿠버와 같은 활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열심히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또 친구들과 오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다음 날 일정 때문에 저녁만 같이 먹고 헤어질 때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 팬 미팅 행사에서 첫사랑도 없다고 했다던데.
▲ 첫 사랑의 의미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기사를 보시고 주위에서 '너는 그럼 지금까지 좋아해 본 사람도 없단 말이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물론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 이상 진전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첫사랑은 꼭 잘 돼야 첫사랑이 아니고 마음속으로 좋아한 것부터 따지는 것'이라고 얘기를 해주더라. 그 기준으로 보자면 첫사랑이 없었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
-- 외국 무대 진출을 앞두고 음식에 대한 걱정은.
▲ 예전에는 몸 생각을 하지 않고 아이스크림만 먹을 때도 있고 그랬는데 작년에 가수 인순이 씨를 만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분이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 때 와서 공연하시고 보디빌딩에 도전하셨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 이후로 무엇을 먹을 때도 한 번 더 몸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게 바뀌었다.
-- 2016년에는 올림픽이 열린다.
▲ 올림픽이 많은 동기부여가 됐다. 한 나라에서 많아야 4명이 나갈 수 있는데 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대회에 출전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자면.
▲ 확실한 것은 정면보다 옆 모습이 낫다는 것이다. 또 단점까지는 아니지만 주위에서는 '볼 살이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해주신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왜 이럴 때 찍으세요. (웃음)
-- 혈액형이 A형이다. 박인비, 신지애 선수도 A형인데.
▲ 사실 내가 혈액형 따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부모님과 언니도 다 A형인데 다 모이면 확실히 대화가 많지는 않더라. 뭐랄까 A형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섬세하고 세심한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기는 하다.
-- 자신에게 '모범생' 이미지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나.
▲ 아무래도 주위에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 친구들끼리도 장난칠 때 친구들이 '인지는 그런 거 잘 모르니까 그런 장난 치지 말라'고 얘기해주곤 한다.
-- 모범생 전인지가 지금까지 저지른 생각 나는 일탈은.
▲ 언니가 10살이 많아 부모님이 이해 못 하시는 일을 많이 이해해주는 편이다. 언니가 평소에 '네 나이 지나면 못하는 일들은 나중에 후회하니까 그때 많이 해보라'고 말을 해준다. 생각나는 일은 상비군 합숙 때 감기에 심하게 걸려 병원에 가는 길에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를 사먹은 일이다.
-- 그게 지금 일탈이라는 건가.
▲ 떡볶이에 튀김까지 사먹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사먹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복귀해서는 아무것도 안 먹은 것처럼 행동했다. 온갖 걱정과 불안, 걸리면 어떻게 할까 하는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 다른 일은 없었나.
▲ 학생 때 벙커샷을 했는데 잘못 맞아서 공이 높이 치솟았다가 내 얼굴 바로 앞쪽으로 스치듯 떨어졌다. 공이 몸에 맞으면 벌타를 받아야 하는데 주위에서 보신 분들은 그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공을 스친 내 느낌은 알고 있었다.
-- 그래서 자진 신고를 안 한 것이 일탈 행위였나.
▲ 자진 신고를 했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자진 신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운이라는 것이 길게 보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는 것 같다. 그때 제가 스스로 신고하고 넘어간 것이 길게 보면 다시 나에게 좋은 운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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