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 세필화·다양한 비누 조각 선봬 독특한 기법으로 작업하는 두 작가가 있다. 1970년대 유행한 단색조 회화에 반해 극사실 세필화를 선보여 온 김홍주(70) 작가와 비누 작업으로 유명한 신미경(48) 작가다.
무수한 세필 붓질로 작품을 만들어 가는 김홍주 작가는 ‘엄청난 노력으로 그렸지만, 결과적으로 거의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그림’을 보여준다. 나름 회화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다. 내년 1월24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에는 달항아리 형태의 이미지도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가 그려져 있다. 바늘처럼 가는 붓으로 산등성이 하나하나 긁어내듯 그려 나갔다. 무슨 의미나 이념을 부여하려고 이미지를 숨긴 것이 아니라 즐겁게 그리려고 작품마다 대상을 정해 그려 넣은 것이다.
풍경 그림에서도 원근과 명암이 배제된다. 꽃이나 나뭇잎을 크게 확대해 그린 속칭 ‘꽃 그림’ 시리즈도 입체감, 질감, 명암, 깊이가 결핍되어 풍경이나 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정체불명의 형상으로 보여진다. 작가는 이를 ‘묘사를 포기한 세필화’라고 했다.
왼쪽은 묘사를 포기한 김홍주의 세필화 작품. 오른쪽은 비누로 만든 신미경의 불상 작품. |
전시와 연계해 작가는 상하이의 5개 미술 관련 공공 화장실에서 독특한 프로젝트를 벌인다. 지난 11월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모딜리아니 그림 ‘누워있는 나부’를 1억7400만달러(약 1972억원)에 사들인 롱미술관을 비롯해 상하이 당대 예술관, 하오 아트 호텔, M50창작원 등의 화장실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비누로 만든 조각상을 화장실에 비치해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뭉개지고 떨어져 나간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소멸될 수도 있는 예술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생각은 “왜 우리는 끈질기게 작품의 영원성에 집착하는가”에 다다른다. 불교나 동시대 미술은 모두 물질 형태의 영원을 주장하지 않는다. 굳이 파손되고, 결함이 있고, 노후되고, 병든 모습과 같은 불완전한 상태를 애써 감출 필요는 없는 것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