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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안망 중앙시스템 지고 블록체인 뜬다

입력 : 2015-12-29 20:43:48 수정 : 2015-12-30 00: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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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내 모든 컴퓨터에
송금·인증정보 동시에 입력
한곳에 저장 현행 시스템 비해
해킹 피해 원천차단 가능
시설 유지 비용도 줄어들어
은행들 기술 개발·검토 나서
교실에 구성원 50명이 있다. 이들은 교실 내 돈 거래 내역을 적는 장부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A가 B에게 돈 1만원을 꿔주려고 한다. A는 이 사실을 나머지 48명에게 알린다. 48명은 A가 B에게 돈을 주어도 되는지 검증한다. 48명이 승인하면 A의 1만원은 B에게 전달된다. 이 거래는 A, B를 포함한 50명 전체 장부에 동시에 기록된다. C는 D에게 돈 2만원을 빌렸다. C 역시 나머지 48명에게 거래 사실을 알리고 승인받는다. 이런 식으로 50명의 장부에는 같은 내용이 적히게 된다.

최근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는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이다. 특정 정보를 한 공간에 저장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각자 보관하고 새로운 정보가 발생하면 각 저장 내용이 똑같이 업데이트되는 것이다. 시스템 유지비용을 줄이고, 해킹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관련 기술 도입 검토에 나섰고,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이다. ‘블록’은 ‘A가 B에게 송금한다’는 식의 특정 시간 동안 발생한 모든 거래 정보를 의미한다. 이 블록은 네트워크 내 모든 참여자(컴퓨터)에 전송되고, 서로 내용이 같은지 비교·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기존 블록과 결합하게 된다. 블록체인이 형성되는 것이다. 업데이트된 블록체인은 모든 컴퓨터에 저장된다.

현재 거래 내역은 중앙집중화된 전산 시스템에 저장된다. 이 시스템은 항상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은 보안성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블록 10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블록 2에 담긴 거래기록을 위조하고자 한다면 블록 3~9를 모두 수정해야 한다. 또 이 수정 작업은 블록 10의 검증이 끝나기 전에 완료돼야 한다. 네트워크 내 모든 컴퓨터를 동시에 해킹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중앙전산망을 갖추지 않고도 낮은 비용으로 안전한 금융거래가 가능하고, 돈 거래뿐 아니라 부동산, 금, 다이아몬드 등 어떤 자산 거래에도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거래의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HSBC 등 글로벌은행 40여개사는 벌써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동 송금·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합체 ‘R3CEV’를 구성하며 앞서 나가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과 손잡고 관련 기술 활용을 고민 중이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화폐 거래회사 코인플러그와 제휴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신한은행도 블록체인을 이용한 외환송금시스템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인 스트리미와 손잡았다.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도 인증, 송금 등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혁신적인 기술이긴 하지만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법적,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전자금융거래와 관련된 국내법은 중앙 집중화된 전산시스템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며 “승인에 따른 거래완료 지연 문제, 기존 은행 전산시스템과의 안정적 호환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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