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에서 자기 소개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먼저 털어놓는 것부터 시작한다. 별 생각 없이 그냥, 배가 고파서 그냥, 화가 나서 그냥 저지른 잘못을 질타하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태어난 것이 잘못”이라고 대꾸한다.
29일 경기도 의왕시 고봉 중·고등학교(서울소년원) 강당에서 열린 연극 ‘아름다운 아이들’에서 교사와 재학생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이어 관객참여 형식으로 진행된 2부 공연에서 관객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즉석연기를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사회에서 담배를 훔쳤던 순간이나 친구들과 대포차로 도로를 달리던 상황 속으로 들어가 학생들을 꾸짖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엄마 역할로 무대에 올라온 한 ‘아주머니’ 관객이 “널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엄마도 어떻게 엄마가 돼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다”며 사과를 건넸을 때였다. 아들 역할의 배우는 “다시는 친구를 때리지 않고, 엄마 말도 잘 듣겠다”며 용서를 구했다.
29일 경기도 의왕시 고봉 중.고등학교 (서울소년원) 강당에서 열린 연극 "아름다운 아이들"에서 연기를 펼친 교사들과 재학생들이 관객들에게 인사 하고 있다. 남제현기자 |
연극을 지도한 이경아(33) 보조강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 매너리즘에 빠졌던 자신을 돌아봤다”며 “연극이 삶의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제 경험했다”고 말했다.
의왕=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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