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이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 물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재래시장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주차문제와 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로 만족도가 낮은 실정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재래시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3%가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재래시장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래시장의 필요성에 대다수가 공감하는 것으로, 특히 고연령층의 이런 인식이 보다 강한 편이었다. 또한 재래시장이 문화관광산업의 일환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에도 10명 중 8명이 동의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재래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쇼핑장소인 동시에 다양한 재미요소를 갖춘 일종의 '문화공간'이었다. 재래시장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83.1%)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73.7%) ▲옛 추억을 느낄 수 있다(78.4%)는 의견들에 대부분이 공감한 것이다. 이와 함께 다른 사람들과의 정과 유대감을 느끼는 공간으로도 인식되고 있었다.
◆재래시장에서는 한 움큼 더 얹어주는 '덤' 기대
전체 81%가 재래시장에서는 한 움큼 더 얹어주는 '덤' 같은 것을 기대하게 된다고 응답했으며, 내 지역에 있는 시장에 가면 지역주민이라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소비자가 65.6%에 이르렀다. 특히 50대 이상이 재래시장 방문을 통해 지역 유대감을 더 많이 느끼는 특징을 보였다.
이렇게 다른 쇼핑채널과 차별화된 재래시장만의 특성 때문인지 앞으로도 재래시장은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래시장이 앞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란 예상은 틀린 말이라는데 동의하는 의견(47.8%)이 비동의 의견(27.1%)보다 앞선 것이다. 20대보다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재래시장의 미래를 좀 더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보다 뚜렷했다.
그러나 재래시장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는 달리 유통채널로써의 경쟁력은 다른 채널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인 대형마트와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과의 비교평가 결과, 재래시장은 대부분의 평가항목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제품의 신뢰와 제품의 다양성 등 제품의 평가에서 재래시장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친절한 응대와 다양한 결제수단 등 서비스 측면과 휴식공간 및 상품체험 등 체험 측면에 대한 평가도 모두 가장 낮았다. 교통편과 가격비교 항목에서도 재래시장은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제품 가격에서는 다른 유통채널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또한 소비자가 느끼는 친숙함도 다른 항목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그때 그 시절 추억하며 찾는다"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이유는 역시 장을 보기 위한(75.7%·중복응답) 목적이 가장 컸다. 지나가는 길에 구경을 하거나(47.6%), 반찬을 사기 위해(43.1%) 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옛 추억을 떠올려보기 위해(42%) 재래시장에 들리는 경우도 상당한 편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은 구경을 위해, 중장년층은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는 비중이 높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밖에 나들이(23.9%)와 식사(13.8%), 데이트(13.1%) 목적으로 재래시장을 방문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반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재래시장을 잘 찾지 않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주차의 불편함(66.8%·중복응답)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편의시설의 부족(51.5%) ▲교통의 불편함(49.6%) ▲시장 내 이동의 피로감(48%)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물론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다른 유통채널들이 많다는 것도 중요 원인이었다. 그밖에 청결하지 못한 편의시설(43.2%), 날씨 상황에 따른 활동 제약(37.7%), 적립·혜택 제도 미비(37.4%)도 재래시장 방문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으며 재래시장이라고 해도 딱히 저렴한 것 같지 않다(34%)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트렌드모니터는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끊임없이 찾고 머무를 수 있도록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과 다양한 서비스들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젊은층 재래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 필요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들은 무엇보다도 젊은 층이 많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재래시장이 젊은이들도 즐겨 찾는 공간이 돼야 활성화될 수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젊은 세대를 재래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은 동일했다. 또한 전체 79.4%는 저렴한 비용의 창업공간으로 재래시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재래시장에서도 문화공연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10명 중 7명 이상이 동의했다.
재래시장 활성화 전략의 하나로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좋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누리상품권 도입이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고(63.4%), 상인들이 장사하는데 도움이 될 것(61.6%)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온누리상품권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이며, 상인들에게 도움될 것이라는 의견을 많이 보였다.
다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정착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소비자들 대부분이 온누리상품권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실제 이용경험은 적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의 온누리상품권 이용경험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향후 온누리상품권 이용의향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홍보 및 마케팅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전체 63.4%가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혔으며, 역시 고연령층의 상품권 이용의향이 좀 더 많았다.
그에 비해 현재 일부 재래시장이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는 시장 전용 '엽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편이었다. 엽전 도입이 재래시장 활성화 전략으로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는 의견은 43.2%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으며, 상인들이 장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더 낮은 수준이었다.
◆온누리상품권, 엽접으로 마케팅 펼치곤 있지만…
실제 시장 전용 엽전의 이용경험은 소수의 소비자들에게 국한되었으며,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다수였다. 다만 현재 인지 수준에 비해 향후 이용의향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옛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재래시장만의 요소로는 가격흥정 및 덤 서비스(69.4%·중복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64.3%)도 재래시장의 추억을 되살리는 주요한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다음으로 ▲재래시장 곳곳에 설치된 노점상과 포장마차(47.6%) ▲다듬어지지 않은 신선한 야채와 채소(43.7%) ▲손 맛이 느껴지는 반찬(41.2%) ▲할머니·할아버지 상점 주인(29.9%)이 옛날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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