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궈진 ‘모바일뱅킹’ 시장 선점 경쟁

은행들 앞다퉈 출사표

새해 벽두부터 ‘손안의 은행’인 모바일 뱅킹 전쟁이 불붙고 있다. 우리은행이 카카오톡과 대적할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WiBeeTalk)을 6일 선보인다. 카카오톡이 메신저 기반에 간편 송금 등의 금융을 부가기능으로 추가했다면, 위비톡은 은행 플랫폼에 메신저 기능을 더한 형태다. 위비톡에는 카카오톡에 없는 편리한 기능들을 추가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오픈 플랫폼까지 제공해 많은 고객을 최대한 유치하겠다는 게 우리은행의 복안이다. 올 하반기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에 앞서 신한, 기업, KEB하나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까지 모바일 뱅킹에 뛰어들면서 시장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위비톡 메신저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광구 행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위비톡으로 간단한 보고 및 지시사항, 일상 대화 등을 나누고 있다. 6일부터는 우리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위비톡 앱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이 모바일 플랫폼 기반으로 만든 메신저 ‘위비톡(WibeeTalk)’. 메시지 회수, 자동삭제 등의 다양한 기능이 탑재됐다.
우리은행 제공

위비톡은 상대방이 아직 읽지 않은 메시지를 삭제하는 ‘회수’ 기능을 비롯해 단체대화방에서 한명에게만 메시지를 보내는 ‘귓속말’,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일정 시간 후 자동삭제시키는 ‘펑’, 설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메시지가 보이는 ‘캡슐 메시지’ 등 기존 메신저들에 없는 편리한 기능들이 추가됐다. 특히 메신저 이용고객에게는 향후 우리은행이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도입하는 포인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위비톡은 포인트 혜택과 더불어 간편 송금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으며 단순 광고가 아닌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상반기 중에 우리은행 거래 영세점포 1000곳에 온라인 오픈마켓을 제공하고 소비자와의 톡(실시간 대화) 기능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이 지난해 5월 출시한 중금리 전용 ‘위비 모바일 대출’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1만3000건, 5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틈새시장이었던 신용등급 5∼7등급 대상, 10% 미만의 중금리 대출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올해 카카오뱅크와 K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범을 앞두고 다른 은행들도 모바일 뱅킹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6월 출범시킨 ‘아이원(i-ONE)뱅크’를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아이원뱅크는 예금, 적금, 대출 등 인터넷뱅킹으로 하던 모든 금융거래를 모바일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풀뱅킹 플랫폼으로서 기업은행이 제공하는 수백 개의 금융상품을 연중 24시간 가입할 수 있다. 아이원뱅크도 중금리 대출인 ‘i-ONE 직장인스마트론’을 출시, 지난해 말 기준 4012건, 182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소극적이었던 신한은행도 지난달 2일 중금리 대출과 환전 선비스를 특화한 써니(Sunny) 뱅크로 모바일뱅킹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전에 환전하고 싶은 환율을 지정해 두면 향후 지정된 환율 도달 시 자동으로 환전이 실행되는 ‘예약환전’,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가족이나 지인에게 50∼300달러의 외화를 기프티콘으로 선물할 수 있는 ‘환전 선물하기’ 등이 주요 서비스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바일 전문은행의 서비스가 인터넷뱅킹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객을 유인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박사는 “시중은행들의 모바일뱅킹이 아직 차별화되지 못하는 것은 너무 모바일을 발전시키면 기존 점포와 경쟁해 자칫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고, 바로 그런 이유로 금융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인가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사용 편이성과 서비스 차별성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