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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체 게바라의 동전…쿠바의 추억을 모으다

관련이슈 강주미 세 자매의 께딸, 쿠바!

입력 : 2016-01-08 10:00:00 수정 : 2016-01-07 2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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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 세 자매의 께딸, 쿠바! <16> 나만의 세계지도  
직접 만들어서 파는 기념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행에서 모은 물건들은 나만의 세계지도”

‘산티아고 데 쿠바’는 수도인 아바나에서 약 866㎞ 거리에 있다. 이렇게 거리로 생각해보면 쿠바라는 나라가 무척이나 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해본다면, 면적은 비슷하다. 우리나라 땅을 좌우로 길게 늘어뜨린 형상이다. 그래서 남북 거리는 짧지만, 동서 거리가 상당한 이동시간을 요구한다. 아바나에서 서쪽으로 이동해 쿠바 서쪽에서 출발해서 산티아고까지 왔다면, 이동 거리가 1000㎞가 넘는다. 물론 한 번에 이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이 힘들진 않았다. 그래도 피곤이 누적되는 시기다. 산티아고에서 쿠바 동쪽 끝에 있는 바라코아까지 갈 것인지는 산티아고에서 쉬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이 많다.

쿠바는 한 달 비자가 나오기 때문에 여행이 한 달이 넘어간다면, 그 전에 비자를 연장해야 한다. 비자 연장을 하기 위해서는 보건부에 가서 여행자 건강보험증을 받아야 한다. 큰 도시에서는 은행에서도 살 수 있지만, 작은 도시라면 보건부에 가야 한다. 여행자보험이 있다면,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 건강보험증은 한 달짜리를 25쿡(CUC, 25달러)에 살 수 있다. 이민국은 웬만한 도시에는 다 있고, 아바나나 산티아고보다는 중간 도시에서 하는 게 수월하다. 비자 연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지만, 줄을 잘 못 서면 오래 걸린다. 연장 업무만 해결해주는 공무원은 따로 있기 때문에 줄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일을 처리하려면 누구에게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비자 피(Visa fee)는 은행에서 인지대 25쿡을 주고 사가야 한다. 작은언니는 바야모에서 비자를 연장했는데,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업무를 끝냈었다. 비자 연장은 미리 할 필요도 없고, 그 업무 때문에 큰 도시를 갈 필요도 없다. 여행자 편의를 위한 일은 뜻밖에 잘 되어 있다.
음악을 연주하는 팀은 시디를 가지고 다니면서 팔기도 한다.

여행에서 비자를 연장하고 나면, 왠지 뿌듯해진다. 그리고 여유가 생긴다. 숙소 거실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여유다. 어디를 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길이 보이는 창문은 셋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우리 세 자매는 창틀에 앉아서 밖을 바라봤다. 지나가는 사람과 인사하고 있을 때, 과일을 파는 사람이 지나갔다. 과일 이름이 ‘토란하(toranja)’라고 했다. 보기에는 자몽처럼 보였다. 하나를 바로 먹어 본 우리는 토란하를 한가득 샀다. 자몽이 맞았고, 맛있었다. 우리에게 토란하를 하나씩 건네주다가 떨어뜨린 그는 저 멀리까지 뛰어가서 주어왔다. 우리 숙소가 비탈길에 있어서 줍기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따라가서 찾아왔다. 이때 맛본, 또랑하는 우리가 먹는 과일 종류를 바꾸게 했다.
추억이 될 만한 기념품을 모으는 일도 재밌다.

토란하를 먹고 있는데, 길게 늘어뜨린 작은 언니 머리카락을 부러워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다른 지역에서도 언니 머리카락을 팔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흑인이 많은 산티아고에서는 더더욱 생머리를 부러워했다. 그러고 보니, 가발을 쓰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유레카’를 외치며, 우리는 언니 머리카락을 팔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주인이 미용실을 소개해줘서 그곳을 찾아갔다. 그 미용실에서는 고무줄로 머리를 묶고 가위로 싹둑 잘랐다. 그리고 단발이 된 머리는 레게머리로 하나하나 꼬아줬다. 머리카락을 판 돈은 우리 셋이서 맛있는 레스토랑을 가기에 충분했다. 물론 랑고스타(로부스타)를 먹었고, 작은 언니 머리는 귀여운 단발 레게머리가 되었다.
산티아고는 밤에 라이브를 들으면서 술 한잔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쿠바에서 집착하게 되는 수집 증세가 나타났다. 바로 체 게바라가 그려진 화폐와 동전을 모으는 일이다. 여행자가 쓰는 돈 쿡이 아니라 쿠바 현지 화폐인 ‘모네다’ 돈이다. 제일 흔하게 쓰는 돈인 3페소짜리 돈이다. 지폐는 우체국이나 은행에 가면 새 화폐로 바꿔주기 때문에 쉽게 모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동전은 더는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사람들에게 바꿔야 한다. 3페소짜리 동전은 현재 지폐로 바뀌어서 동전은 사람들 사이에서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지갑에서 동전을 찾아서 바꿔주는 방법으로 동전을 모았다. 체 게바라 동전을 처음 접하게 된 때는 기념품 파는 곳에서 그 동전으로 만든 목걸이를 봤을 때다. 동전마다 체 게바라 모습이 약간씩 달라 보이는 재미까지 있다. 큰언니는 여행할 때, 그 나라에서 파는 자석을 꼭 사서 모았다. 이번 쿠바에서도 자석으로 된 기념품을 모았다. 사람마다 각자 여행에서 모으는 물건이 있다. 만약 없다면, 하나쯤은 생각해 볼 만하다. 그 물건들이 모이면 사진보다 더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큰언니는 냉장고에 붙어 있는 자석들만 봐도 세계지도가 그려진다. 나는 책상 위에 작은 기념품들이 줄지어 있다. 내가 가진 세계지도다. 최대한 작은 것들로 그 나라, 그 지역, 그곳 사람들을 상징할 수 있는 것,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을 모은다. 그리고 손수 만든 물건을 선호한다. 못생기고 삐뚤어졌어도 직접 만든 물건을 모은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모은 체 게바라 동전은 기념품점에서 산 것보다 훨씬 값졌다.

산티아고에서 밤에 나가는 일은 즐겁다. 미리 낮에 다니면서 공연 시간과 연주팀을 봐두면, 좋은 공연과 술 한잔을 즐길 수 있다. 한 번은 지나가는 길에 건물 옥상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에 발걸음이 옮겨졌다. 건물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지만, 외국인 특례 입장으로 들여보내 줬다. 가수까지 불러서 즐기는 파티였다. 제법 상류층 파티였고, 사람들은 갖춘 옷을 입고 모여서 춤을 추고 즐겼다. 우리가 완전하게 그곳에 어울릴 수는 없겠지만, 낮잠에서 꾼 꿈처럼 시간이 지나갔다.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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