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가야산 홍류동 계곡 석벽엔 벼슬을 버리고 은둔생활을 한 고운 최치원의 심정을 읽을 수 있는 시가 새겨져 있다. 최치원의 시에서 글자를 따와 정자 이름을 농산정으로 지었다. 합천군 제공 |
가야산 일출. |
가야산 상왕봉 설경. |
소리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첫 명소가 멱도원(覓桃源)이다. 무릉도원을 상상하면서 멀리 가야산을 바라본다고 해서 이렇게 불리게 됐다. 최치원 역시 이곳에서 가야산을 바라보며 산속 어딘가에서 무릉도원을 찾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해인사로 갈 수 있는 다리인 무릉교를 만나게 된다. 무릉교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가야산의 속풍경에 빠져들게 된다.
농산정. |
농산정 건너편에는 벼슬을 버리고 은둔 생활을 하던 최치원의 심정을 읽을 수 있는 시가 새겨진 석벽 ‘제시석(題詩石)’이 있다.
“狂奔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故敎流水盡籠山(고교유수진농산)”
“첩첩이 쌓인 바위계곡을 굽이치며 온 산을 뒤흔드는 물소리에 지척에서도 사람들의 말을 분간하기 어렵다. 항시 어지러운 시비가 두려워 흐르는 물길로 산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노라.”
매화산에서 바라본 해인사. |
가야산 남산제일봉 |
홍류동 계곡의 풍경과 최치원의 고뇌를 뒤로하고 조금만 더 올라가 보면 또 다른 절경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신선이 남쪽을 향해 피리를 부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취적봉과 신선이 도끼로 찍어 만든 붓으로 먹물을 찍은 바위라는 체필암이다. 최치원이 가야산에서 신선이 됐다는 전설을 짐작하게 하는 경치를 보여주는 곳이다.
해인사 겨울 전경 |
해인사 경내 팔만대장경판고 옆에 위치한 학사대에서 최치원이 가야금을 뜯으면 소리를 듣고 학이 날아왔다는 얘기가 전해 온다. 학사대 옆 전나무에도 최치원이 지팡이를 꽂아 둔 것이 자랐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합천=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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