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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영화 '오빠생각' 티켓 강매 논란

입력 : 2016-01-24 18:21:21 수정 : 2016-01-24 23: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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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에 수만장 구매 요청 금융위원회가 정부 금융개혁 홍보 모델이 출연한 영화의 흥행을 위해 금융사들에 영화예매권을 대량으로 사들여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위는 금융사들에 대한 관리 및 감독권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정부기관의 ‘요청’은 사실상 ‘강매’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4일 영화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은행·보험·증권사 등에 지난 21일 개봉한 ‘오빠생각’의 예매권을 최소 3000장에서 최대 1만7000장까지 사달라고 협조 요청을 했다. 이런 요청에 응해 예매권을 대량 매입한 것으로 확인된 금융사만 10여곳에 이른다. 이들 금융사는 금융위가 지정한 예매처를 통해 장당 6000원에 예매권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관람권의 정가는 9000원이다.

S은행은 3000장을 매입해 자사 콜센터에서 감정노동을 하는 직원들에게 나눠 줬고, H보험사는 3000장을 사들여 보험 상품 판촉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여러 금융사들이 금융위의 요청에 응해 매입한 물량이 최소 3만여장에 이른다.

영화의 사전 예매율과 개봉 초기 관객 수는 그 영화의 흥행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이런 대량 매입은 영화시장 질서를 왜곡하게 만든다. 개봉 초기에 예매율이나 박스오피스 1위를 하면 ‘저 영화가 재미있나 보다’라는 인식을 심어줘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데 훨씬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CGV 리서치센터는 사전예매 관객 100명이 영화를 보면 구전 효과 등으로 추가로 영화를 보는 관객이 최고 1003명에 달할 수 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오빠생각’의 영화 배급사와 예매처 계약을 맺은 예스24는 지난 20일 예매순위에서 이 영화가 개봉 첫 주 예매율 21%로 1위를 차지했다고 홍보했다.

영화는 개봉일인 21일 매출액 기준 점유율 26.8%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러나 23일에는 점유율이 24.3%로 떨어져 개봉 사흘 만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이어 2위로 밀려났다. 지난 사흘간 ‘오빠생각’의 상영횟수는 21일 4145회, 22일 4162회, 23일 431회로, ‘레버넌트’(2588회∼2892회)와 비교해 월등히 많았지만 점유율은 떨어졌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오빠생각’ VIP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임시완이 지난해 8월부터 정부의 금융개혁을 알리는 핀테크(금융+기술) 홍보대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와 금융권, 시민단체 등은 이번 금융위의 영화예매권 매입 요청이 선을 넘은 직권남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청이 오면 피감기관인 금융사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의 강매”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은 금융위가 금융사에 영화표 구매를 요청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으로 보고 검찰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임시완이 지난해 8월 핀테크 홍보대사로 임명된 뒤 영화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핀테크 육성과 금융개혁 홍보에 힘써 준 데 대해 금융권 내에서 감사의 마음과 영화 ‘오빠생각’을 응원해 주자는 공감대가 생겨나 영화표 구매로 이어진 것”이라며 “금융위가 강매·할당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귀전·이진경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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