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 비용에다 보험료, 기름값 등 각종 차량 유지비는 모두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운영경비로 처리되기 때문에 세금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더구나 법인 명의로 매달 수백만원씩을 경비로 처리하고 나니 커피전문점의 순소득 신고액은 월 100만원 밑으로 뚝 떨어진다.
덕분에 아내의 커피전문점 소득이 최저 과세표준 구간(연 1200만원 이하)에 해당돼 막대한 절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게 됐다.
A씨는 “법인 명의로 차를 5년 정도만 굴리면 사실상 차값을 온전히 뽑을 수 있다”며 “아는 사람은 다 (리스 차량을) 타고 다니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고가 외제차를 법인차량으로 등록해놓고 사적으로 사용하는 ‘무늬만 법인차’에 대한 과세규정이 대폭 강화됐다.
금융감독원은 법인차량이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경우에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세법·시행령이 개정돼 모든 손해보험사가 오는 4월부터 관련 상품을 판매한다고 8일 밝혔다.
A씨처럼 고급 외제차를 사적 용도로 활용하면서 과도한 세제 혜택까지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자, 정부는 지난달 관련 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4월1일부터 법인차량 관련 비용을 회계처리하기 위해서는 임직원 전용 보험에 가입하고 운행기록을 작성해야 한다.
다만 연간 1000만원까지는 별도 운행기록을 작성하지 않고도 차량 비용이 인정된다. 개정 시행령의 경과조치로 4월1일 이전에 기존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경우에 한해 만기까지 임직원 전용 보험과 마찬가지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4월 이후에 갱신할 때는 임직원 전용 보험으로 갈아타야 한다.
금감원은 보험 소비자가 임직원 전용 보험의 세제 혜택 요건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상품설명서와 만기 안내장을 개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판매채널별로 교육을 강화하도록 보험사에 통보할 예정이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14년 판매된 2억원 초과 외제차 중 87.4%가 법인 명의였다.
그해 국내에서 단 5대가 팔린 6억원대 롤스로이스 팬텀의 경우 모두 법인 명의로 팔렸다. 굳이 업무 용도로 수억원대의 외제차를 이용해야 하는지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법인차량 과세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사적 용도로 활용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임직원 전용 보험은 해당 법인의 임직원(계약관계 업체 직원)만 해당되고 기존 보험에서 적용됐던 임직원 가족, 친적은 모두 제외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법과 시행령에 따라 법인은 차량 운행일지를 작성해 보관하고, 관할 세무서의 요청이 있을 때 제출할 의무가 있다”며 “임직원 이외의 사람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처리가 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늬만 법인차’가 사라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 비용의 경비 상한 기준이 없고 운행기록이 허위로 작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법인차량을 구입할 때 경비 인정 한도를 두는 식으로 규정을 까다롭게 하거나 아예 인정해주지 않는 국가도 있다”며 “세제 혜택을 뛰어넘는 탈세나 과소비를 막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