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석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김현수는 0-3으로 뒤진 2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필라델피아의 선발 투수 알렉 애셔를 맞았다. 2볼-2스트라이크에서 애셔의 바깥쪽 코스에 낮게 들어오는 91마일(약 146㎞)짜리 패스트볼을 제대로 받아쳤지만 좌익수가 뒷걸음질 치며 워닝트랙에서 타구를 잡아냈다. 이후 2-3으로 추격한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도 내야 깊숙한 안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1루수 대린 러프가 백핸드 캐치로 건져내 아웃됐다. 2-6으로 점수 차가 다시 벌어진 7회초엔 바뀐 투수 세베리노 곤살레스와 2볼 2스트라이크까지 승부를 이어갔지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경기 후 벅 쇼월터 감독이 성적 여하에 따라 김현수의 마이너리그행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도 김현수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쇼월터 감독은 볼티모어 지역지 '볼티모어 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현수 기용 여부와 관련해 "만약 (시범경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문제가 있다면 조정을 할 것이다. 잘해야만 그는 계속해서 (북쪽에서) 뛸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구단인 노퍽 타이즈는 방위상으로 볼티모어보다 남단에 위치한다. 쇼월터 감독의 발언은 김현수의 부진이 계속될 때 마이너리그에서 적응할 시간을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현수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타격기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교한 타격을 자랑했던 스타 선수다. 그렇지만 성적 부진과 현지 반응에 위축된다면 현재 슬럼프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희망은 있다. 김현수는 기복이 있을 때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방법을 아는 타자다. 지난 2015 시즌 두산에서 뛸 때도 슬럼프로 시즌 중반 2할대 까지 떨어진 타율을 남들보다 2시간 더 하는 ‘특타 훈련’으로 끌어올린 적이 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절실함이 낳은 쾌거였다. 김현수는 그해 시즌을 3할 2푼대로 마무리하며 프랜차이즈스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같은 날 박병호(미네소타)와 이대호(시애틀)은 각각 멀티히트와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인상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메이저리그 신입생’들의 명암이 이대로 굳어지기 전, ‘타격기계’ 김현수의 절실함이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