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리모컨을 누르면?나는?화면가득설거지를하고…어머니가 채널을 바꾸면?나는?화면가득빨래를탈탈탈털어널고…어머니가리모컨을누르면?나는?누군가다시누를때까지화면가득?어둡다…누나가리모컨을 누르면?나는?홈플러스를갔다오고…누나가6살짜리아들?조카에게리모컨을넘기면?나는?누를때마다진화하는포켓몬스터다…조카가채널을바꾸면?나는?못말리는짱구다…조카가채널을바꾸면?나는?파워레인저의엔진블랙이다…누나가리모컨을빼앗아다시누르면?나는?화면가득조카의색칠공부다…내가리모컨을누르면?나는?화면가득구석에웅크리고…내가채널을바꾸면?나는?늘혼자외롭고가슴아리고…내가리모컨을누르면?나는?누군가다시누를때까지화면가득?꺼진다
-신작시집 ‘몇 명의 내가 있는 액자 하나’(민음사)에서
◆ 여정 시인 약력
▲1970년 대구 출생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벌레 11호’
▲1970년 대구 출생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벌레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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