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 들러 예고에 없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한구, 3가지 물갈이 기준 발표…"충돌 있어도 반드시 넘어서야"
이 위원장은 "지금 민주당과 공천을 비교할 때, 우리당이 개혁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저도 갖고 있다"며 "물론 우리당은 공천 시스템이 민주당처럼 돼 있지 않기에 민주당보다는 훨씬 개혁성을 발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스템"이라고 현역 물갈이가 적은 데 대한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저희 공관위 스스로 어떻게 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혁성을 띠게 공천 후보자를 결정할지는 우리 몫이고 우리 의무"라며 "그것이 잘못되면 우리책임이다. 그래서 이제까지와 같은 모습을 계속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오늘 내일은 중요한 결정들을 과감하게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며 "마침 지금 남은 데가 특히 굉장히 민감한 지역이거나 사람들이어서 그동안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그래서 아마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나 충돌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남은 지역 심사는 그간 없던 컷오프 칼날을 휘두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것을 못 넘어서면 개혁 공천을 할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한다"며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들"이라고 물갈이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특히 ▲국회의원 품위 손상 ▲당 정체성 위배 ▲텃밭 다선 의원 등 3가지 물갈이 기준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먼저 국회의원 품위 손상과 관련 "국회의원으로 품위가 의심되는 사람들은 걸러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 정체성 위배 의원에 대해 "당 정체성과 관련해서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한 사람에 대해서는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 하지 않나"라며 "그래야 앞으로 20대 국회에 가서는 당 정체성에 맞는 행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래서 오늘 우리가 결정할 것은 당 정체성과 관계되는 부분이 중요시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상대적으로 편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다선의원으로 혜택을 즐길 수 있었던 분들은 정밀하게 조사를 해야되겠다는 입장"이라고 영남 등 텃밭 중진 물갈이 방침을 밝혔다.
◇'유승민-윤상현 동시에 날린다?'
이 위원장의 물갈이 3원칙이 전해지자, 당내에서는 곧바로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그간 유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정면 비판하고, 원내대표 사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헌법 준수'를 언급하는 등 박근혜 정부와 당 정체성을 정면 위배하는 행동을 해 왔다고 주장해왔다.
친박계가 전국을 돌며 '진박 투어'에 나선 것 역시 유승민 의원, 단 한명의 낙마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당 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아울러 이 위원장이 밝힌 중진 물갈이도 특정인 몇몇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이 언급한 "상대적으로 편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다선의원으로 혜택을 즐길 수 있었던 분들"이라는 것은, 영남과 강남 3구 등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서 3선 이상 중진들을 의미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서상기(3선·대구 북을) △유승민(3선·대구 동을) △주호영(3선·대구 수성을) △정갑윤(4선·울산 중구) 의원 등 4인이 해당한다.
또 △진영(3선·서울 용산) △이재오(5선·서울 은평을) △황우여(5선·인천 연수갑) 의원 등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중진들까지 포함하면 7명이 사정권에 든다.
하지만 이재오 진영 의원의 경우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공천 안정권에 분류된다.
이밖에 ▲국회의원 품위 손상 기준에 따라 김무성 대표에게 욕설을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윤상현 의원도 물갈이 대상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당 핵심관계자는 "유승민, 윤상현 의원을 동시에 처 내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이같은 3가지 물갈이 기준을 밝히면서,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 이제는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그걸 본 뒤에 여러분이 판단하라"고 말했다.
어떤 비판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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