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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만큼만 받아야 하나" 은행 경비원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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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14 17:16:58 수정 : 2016-05-14 17: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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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의 한 지점에서 일하는 은행 경비원 A씨는 올해 월급을 세전 기준으로 월 150만원대를 받고 있다. A씨는 주 1회 오후 8시까지 야근을 하지만 수당은 따로 받지 않는다. 지난해까지는 세전 기준으로 근속수당 5만원을 포함해 매월 8만원 가량 임금이 올랐지만 올해부터는 근속수당도 없어지고 인상도 없었다. A씨는 “(각 은행에서 용역업체에 주는) 경비원 1인 도급비가 220만원으로 알고 있는데 경비원이 받는 급여는 세후 140만원대“라며 “(업체에서 떼가는) 도급비, 관리수수료가 불투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 경비원이 은행원들의 일방적인 지시로 정해진 업무 외 잡무에 시달린다는 보도(세계일보 4월7일자 참조 : 갑질에 시달리고 불법에 내몰리는 은행 경비원) 이후 은행 경비원들은 용역업체가 중간에서 가져가는 도급비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을 가리지 않고 같은 불만이었다. 연차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보도가 나간 이후에도 은행원들의 ‘갑질’은 여전하다는 증언도 쏟아졌다.

◆“도급비 내역 알고 싶다”

광주은행에서 일하는 B씨는 “도급비를 투명하게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월급 131만원(세전 기준)을 받고 있다는 그는 “현재 받는 돈은 아르바이트 급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보안업무 이외의 업무가 지나치게 많아 근무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경비원들이 도급비 내역을 명확하게 알고 싶어하는 이유는 중간에서 돈을 떼가는 용역업체가 경비원 관리를 제대로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용역업체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지점에 경비지도사를 보내 경비원들의 애로사항 등을 듣는다. 힘든 점을 말하면 “네가 참아야지 어떻게 하겠냐”는 등 그냥 넘어갈 것을 권유하는 반응이 대다수라는 게 경비원들의 전언이다.

은행 한 곳에서는 보통 여러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업체에서는 재계약에 목숨을 걸고 은행 눈치를 본다. 경비원들이 은행에 가진 불만이 업체 선에서 묵살되는 이유다. 

◆“연차 휴가는 꿈도 못 꿔”

KEB하나은행의 한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C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연차가 생긴다는 것을 다른 경비원이 알려줘서 최근에 알았다”며 “(용역)업체에서는 연차를 쓰면 월급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얘기만 해줘서 연차를 쓸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경비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용역업체 상당수는 경비원들에게 연차 보상 수당을 연봉에 포함시켜 선지급한다. 월급이 적은 데다 연차 수당이 월급에 섞여서 지급되기 때문에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당을 따로 받는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또 연차를 쓸 경우 월급에서 선지급한 수당을 제외하고 주기 때문에 연차를 쓰면 월급이 깎인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C씨는 “우리 업체는 연차수당 선지급 동의서도 작성하지 않았다”며 “적은 월급에 온갖 수당으로 꼼수를 부려 월급을 부풀린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연차 보상 수당을 선지급하더라도 연차를 쓸 수 있게 한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업체나 은행에서 경비원들이 연차를 쓰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연차를 마음껏 쓸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게 경비원들의 불만이다.

KB국민은행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D씨는 “휴가를 쓴다고 하면 용역업체와 지점에서 모두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사용할 때도 하루 내지 이틀만 쓰도록 종용하고 내 일정과 전혀 상관없이 지점 일정, 인원을 모두 고려해 날짜를 선택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KDB산업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E씨는 “연차를 하루 사용하면 월급이 6만∼8만원 차감된다”며 “은행원이 (휴가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경비원은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고 용역업체에서는 대직(대체 근무자)를 구하기 어려워서 연차 사용하는 게 (경비원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달라진 것 없다”

6개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에 확인해본 결과 신한·기업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은 경비원에게 시켜서는 안 되는 일 등에 대해 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초에 문서를 통해 경비원의 업무와 금지사항을 안내했다”며 “관련 위반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점장이 교육 및 지도점검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특별 방범 강화 기간 설정 운영 시 공문을 통해 경비원의 업무와 금지 업무, 위반시 법적 제재사항 등에 대하여 전행 차원에서 안내하고 있다”며 “이외 비정기적으로 안내 및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비원 업무와 관련해서는 공문으로 (지점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행원뿐 아니라 지점장부터 지점 전 직원 대상으로 (경비원 업무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불법 운용 예방을 위한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경비원들은 교육도 중요하겠지만 직원들의 인식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은행 경비원 D씨는 “은행에서 용역업체에 주는 경비원 임금이 고스란스 경비원 몫으로 가는 줄 아는 직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 받는 급여 수준 이상의 업무를 부담시킨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경비원인 F씨는 “경비원에게 잡일을 시키는 게 관행처럼 돼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은행의 한 지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G씨는 “보도 이후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며 “여전히 직원들이 부당한 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이는 은행 경비원 채용 정보가 나와 있는 인터넷 카페를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 카페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서류를 하루에 200장 넘게 세팅했다”, “책상이 있는데도 하루종일 서서 일하게 한다”, “지점장실 청소를 했다”는 등의 증언이 수두룩하다.

은행 경비원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은행 경비원이라는 직업은 아르바이트처럼 3∼6개월 하고 마는 일로 굳어져버렸다는 게 은행 경비원들의 한탄이다. 한 시중은행 경비원 H씨는 “아르바이트생 같은 대우를 받으니까 점점 아르바이트처럼 일하는 경비원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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