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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아니스트 임현정 "음악은 내 사명… 굶어죽어도 음악 하리라 각오"

입력 : 2017-01-25 16:47:27 수정 : 2017-01-25 16: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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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말을 잘 타려면 성난 말을 타야 한다고 했어요. 베토벤이 성난 말, 저를 단련시킨 말이라면 이번에 연주할 슈만·브람스·라벨은 너무 착한 말을 타는 것과 같아요.”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유튜브 스타’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피아니스트 임현정(31·사진)이 2년 만에 독주회를 갖는다. 내달 4일 예술의전당 독주회에 앞서 2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언론과 만난 임현정은 이번 연주곡들은 “숙제를 끝내면 꼭 해야지 하고 아껴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진정한 피아니스트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바흐 평균율 전곡 등을 새벽에 깨도 눈 감고 연주할 정도로 소화해놓는 게 의무이자 숙제라 여겼다”며 “이번 연주 곡은 숙제를 끝내고 하는 진정한 럭셔리(사치)이자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임현정은 2012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매해 빌보드 클래식 차트와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올랐다. 이후 그가 연주한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왕벌의 비행’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55만회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운 그는 12살에 프랑스로 유학해 20살에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수석 졸업했다. 거침없이 쌓아온 경력만 보면 화려하지만 이면에는 음악을 향한 치열한 탐구가 있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동양인에 말도 못하니 바보 멍청이로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유일하게 세상과 저를 연결한 게 피아노였고 음악이 저를 구하고 지탱해줬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에 가서 음악이 사명이 됐다”며 “20살 때 ‘굶어죽더라도 음악만 하겠다’고 각오했다”고 말했다.

“제 사명감은 작품과 청중 사이에서 메신저가 되는 거예요. 작곡가의 삶과 본질이 그대로 담겨 나온 게 음악 작품이에요. 이를 전달하는 해석자로 저를 바라보게 됐어요.”

그는 청소년기부터 인간의 핵심에 파고들고 싶었다며 “16살 때 출가해서 비구니로 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부, 명예, 성공이 군더더기로 여겨졌다고 한다.

“엄마도 저를 응원했는데 스님이 거절하셨어요. 이후 내가 종교에의 입문이라는 수단에 집착하고 있음을 깨달았어요. 음악을 통해서도 영혼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어요. 음악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나와 작곡가의 본질이 하나가 되죠.”

임현정은 지난해 2월 프랑스에서 에세이집 ‘침묵의 소리’를 출간했다. 프랑스 출판사 사장이 먼저 제안해와 성사된 기회였다. 책을 낸 후로 유럽 중·고교에서 토크 콘서트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토크 콘서트는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꿈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올해 스위스 프리부르·뇌샤텔그주 중·고교에서 강연하는 그는 “외국 사람이 한국 학교에서 판소리를 가르치는 격”이라며 “연주는 물론 책을 바탕으로 음악과 인생, 영성을 얘기하는데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부각시키고 싶어 현대적 한복을 입고 간다”고 전했다.

그는 책 제목에 ‘침묵’이라는 단어를 쓴 데 대해 “침묵은 음악의 시작점이자 끝점”이라며 “내가 내는 첫 소리는 내 안에 있는 침묵의 질에 따라 굉장히 많이 변한다”고 설명했다.

“내 안의 침묵이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워야 그 다음에 나타나는 사운드도 똑같이 아름다워요. 쉽게 얘기하면 침묵이 첫 음이에요. 연주가 끝나고 바로 나타나는 침묵이 마지막 음인데, 그 음은 침묵의 소리 지름이에요. 음악이 바로 끝나고 나면, 음악 자체에 담겨 있는 메시지나 감정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이를 끝맺는 침묵이 너무 달라져요. 그때 느껴지는 침묵이 너무 다르기에, 침묵이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와요. 어떻게 보면 음악을 초월한 게 침묵이라고 봐요. 침묵이 없으면 음악을 못 해요. 백지가 없으면 글을 못 쓰듯이요.”

그는 “한 자리에 30명이 모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그들이 같은 걸 추구하기는 더 어렵다”며 “그런데 연주회장에서는 모두가 침묵·경청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0명이 연주회장에 모여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너무나도 귀중한 시간”이라며 “청중 한 분 한 분이 두 시간을 저한테 주시는데 너무나 큰 선물이고, 제 의무는 그 시간을 가장 아름답게 끌어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관객이 잘 못 알아들으면 ‘내가 잘 모르나’ 생각하는데, 소통하는 건 연주자의 몫이라 봐요. 베토벤 ‘템페스트’에서 폭풍을 표현했는데 청중이 폭풍을 못 느끼면 그건 연주자의 잘못이죠. 전 가장 고귀한 청중은 문외한이라 생각해요. 그가 베토벤의 폭풍이란 타이틀조차 모르고 왔는데 폭풍처럼 느낀다면 그건 100% 대성공이죠.”

그는 다만 “대화할 때 고정관념을 가지면 상대 얘기가 안 들어오듯 음악도 다 내려놓고 내 걱정을 음악에 맡겨라”라며 “너무 힘든 시간을 지난다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들어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자살을 하고 싶더라도 ‘비창’을 들으면 그 음악이 꼭 저를 이해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살고 싶다는 마음을 줘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4악장을 들으면 누구라도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 추고 싶을 거예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사진=봄아트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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