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흑자의 성격을 뜯어보면 환호할 일만은 아니다. 작년 상품수출은 전년에 비해 5.7% 줄었다. 3년 연속 감소세다. 수입은 -7.0%로 수출보다 더 줄었다. 5년 연속 감소세다. 수출과 수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수입 감소폭이 더 커 흑자가 발생하는 것을 흔히 ‘불황형 흑자’라고 한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원유수입액이 줄어든 영향도 적지 않은 만큼 ‘불황형’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평균유가가 작년에 전년의 51달러(배럴당)에서 41달러로 떨어졌는데 그에 따라 개선되는 상품수지 효과는 80억∼86억달러”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하락을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인 수출·수입 감소 흐름은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라는 분석이 많다. 작년 수출 감소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섬유류 수출감소, 해외수요 부진 등 구조적 요인에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등 일시적 요인이 겹친 결과로 한은은 분석했다.
대중국 수출전선의 걱정거리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만은 아니다. 중국이 중간재를 자급화하는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은 한국수출 감소를 유발하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꼽힌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중국 수출의 70%가 중간재인데, 중국의 자급화 전략은 갈수록 고도화할 것”이라며 “중국수출 둔화는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사드는 거기에 얹힌 설상가상의 악재다. 최 교수는 “사드 배치를 중국 포위전략으로 보는 중국의 보복 강도는 갈수록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면서 전 세계 무역량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최영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수출 전망과 관련, “미국과 중국 의존도가 높은 터에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충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경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810억달러다.
류순열 선임기자, 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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