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 A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30)씨는 18일 오후 5시쯤 태극기를 든 술 취한 집회 참가자의 욕설을 몇 분간 들어야 했다. 가게 사정상 휴대전화 충전기를 둘 수 없는데 한 어르신이 막무가내로 휴대전화를 충전해달라고 떼를 썼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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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 B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 이창훈 기자 |
13차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18일, 시청역 인근 편의점들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오후 내내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부분이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노인들이었으며, 이들이 가장 많이 산 물품은 술과 커피, 라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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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을 입은 한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 D 편의점 안에서 군용 수통에 술을 담고 있는 모습. 이창훈 기자 |
C씨는 “술을 마시지 말라 해도 ‘술 좀 마시면 어떠냐’, ‘그럼 왜 술을 파느냐’면서 막무가내로 편의점 안에서 마신다”며 “일부 젊은 손님들은 술을 마시거나 단체로 몰려든 어르신들이 무서워 매장에 들어오길 주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음식을 먹는 간이 테이블뿐 아니라 매장 바닥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다. 한 시위대는 편의점에서 산 소주 2병을 군용 물통에 담으며 “우리는 술을 마셔야 힘이 난다”며 “나 여기서 술 마시는거 아니야”라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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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 B 편의점 안에 쌓인 빈 소주병들. 이창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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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 D 편의점 앞에 널브러진 막걸리 빈통. 이창훈 기자 |
편의점 바닥에 앉아 술을 마시는 시위대를 지켜보던 김대원(46)씨는 “말로는 밖에서 법치 국가, 헌법을 수호하자고 말하면서 정작 편의점 안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식품위생법은 어기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부모 세대인 게 창피하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창훈·권지현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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