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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인생 최고의 성공, '공무원'인 대한민국?

입력 : 2017-03-04 13:00:00 수정 : 2017-03-03 07: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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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은 회사, '화'목한 분위기?…퇴사율 90%인 까닭은
"대기업과 공기업 취업은 어렵다. 인문계를 나와 들어가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다고 영세한 규모의 중소기업에 가면 연봉 2000만원 정도에 주 6일 또는 격주 토요일 근무에 시달려야 한다. 연차수당 따위는 없고, 비전도 없으니 직원들이 허구한날 퇴사한다.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면 ‘너 말고 일할 사람은 많다’면서 거절한다. 직원을 소모품처럼 취급한다. 이게 일부를 뺀 ‘헬조선’ 중소기업의 현실이다."(20대 취업준비생 A씨)

"대학도 대학 나름이다. '애매한' 대학에 가서 '엄한' 전공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낫다. 동기 중에 지방사립대에 다니다가 군에서 제대한 뒤 바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2년 만에 합격하고 바로 학교를 자퇴한 이도 있다. 이 친구는 '만약 학교를 계속 다니면서 그냥 졸업했으면 취업을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20대 대학생 B씨)

"비싼 등록금을 내고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 되고, 나이는 먹고, 본전 생각이 나 아무데나 들어가긴 싫고, 그렇다면 결국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대학에 안 가고 바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있다고 이를 탓하는 어른들도 있다. 이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공무원이 경제·사회적으로 보면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주범이긴 하다. 국가 경제는 세금으로 돌아가는데, 이를 까먹는 일부 행정직군을 늘리는 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등 현장 직군을 늘려라."(30대 직장인 C씨)

경기 불황이 가속화되면서 취업문턱이 높아지자 대학 대신 공무원 시험을 택하는 10대가 늘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18~19세는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서울 노량진 등의 공무원 시험 학원을 찾아 상담하는 고교생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이들이 일찌감치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공무원 시험에 뛰어든 것은 고용 불안이 깊어진 우리 사회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취업난이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학력의 실업자는 45만6000명으로, 전년(42만5000명)보다 3만1000명 증가했다.

◆실업자 2명 중 1명, 비싼 등록금 내고 졸업한 '대졸자'

대졸 실업자 규모는 2000년 관련 통계가 개편·집계된 이래 가장 많았고,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의 비중 역시 45.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실업자 2명 중 1명은 대졸자인 셈이다.

청년층 실업난은 공무원 시험의 응시생 수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치른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에는 22만2650명이 원서를 냈으며, 평균 연령은 28.5세였다.

이 중 18∼19세는 총 3156명으로 1.4%를 차지했다. 0.7%를 기록했던 5년 전 2012년보다 배로 껑충 뛴 셈이다.

이와 더불어 한가지 더 눈여겨 볼 점은 18∼19세는 물론이고 30∼39세를 뺀 나머지 연령대의 비율이 모두 조금씩 커졌다는 사실이다.

◆9급 공무원시험 평균연령 28.5세…고용불안 문제 해결 기대난, 공시 열풍 지속될 듯

공무원이 미성년자까지 선망하는 인기 있는 직종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일반 사기업보다 직업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꼽힌다. 아울러 육아휴직 등이 자유롭고, 비교적 복지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보니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선호하는 청년에게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중견기업의 한 간부는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면서 막 어학연수까지 마친 딸아이가 최근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고 하더라"며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가정과 직장의 균형을 맞추기에 공무원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는 아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학벌과 같은 조건을 뜻하는 이른바 '스펙'이 아닌 시험을 통해 공정하게 선발된다는 점도 젊은층을 유인하는 또 다른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청년층이 공무원 시험에 내몰리고,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고용불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이 같은 '공시 열풍'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노동시장에서는 유연성과 더불어 직업 안정성도 매우 중요한데, 우리 사회는 안정성 측면에서 상당한 취약한 형편이다. 따라서 재취업 기회 제공과 실업급여 수준 강화 등을 둘러싼 정부의 노력이 우선시되지 않는다면 공시 열풍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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