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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참 나쁜 대통령"…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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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3 11:26:21 수정 : 2017-03-19 13: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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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쁜 대통령" 부메랑 돼 날아온 朴 전 대통령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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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밝힙시다.”

“참 나쁜 대통령.”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체제 부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긴 말이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면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사실상 불복 의사를 밝힌 뒤인 13일, 야권은 박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며 박 전 대통령 압박에 나섰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전날 자유한국당 의원인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조금 비틀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 말씀대로 진실을 밝히자”며 “검찰 수사를 서두르고 재판도 서둘러서 진실을 빨리 밝히자. 언젠가가 아니라 빨리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원래 메시지는 이랬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거한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저 입구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밝게 인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우 원내대표는 “사저에 복귀한 전직 대통령이 일정기간 추스릴 시간을 드리는 게 예의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불복선언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며 “피의자인 박근혜 본인이 검찰 수사와 재판정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민주당 김영주 최고위원은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썼다.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내던 2007년 1월,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며 했던 말이다. 그는 당시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면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거한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저 입구에서 ‘친박’ 단체 회원들이 현수막을 흔들며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하상윤 기자
김 최고위원은 이렇게 되돌려줬다. “탄핵 결정 이틀 만에 청와대에서 나와 사저에 들어갈 때까지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극소수 친박·극우세력만 인정하고, 국민과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시위에서 3명이 사망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는데도, 이에 아랑곳 없이 계속 친박·극우 세력에게 자신을 위해 싸우라고 선동을 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참 나쁜 전직 대통령 입니다.”

2004년 헌재가 참여정부의 신행정수도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이 했던 말도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국회의 입법권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헌정질서의 혼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는데, 한나라당 대표였던 그는 10월2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헌법에 대해 도발하고 체제를 부정한다면 나라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말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당직자들이 2004년 5월 14일 국회 대표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내용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
이날은 민주당 고용진 대변인이 이 발언을 언급했다. 고 대변인은 라디오방송에 나와 “어제의 느낌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이 이 사태가 어떻게 벌어졌고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알고 있지 못하는 느낌이었다”며 “2004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던 게 바로 본인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헌재 결정 이후 대통령이 승복하는 메시지를 보내주고 국론을 통합시키는 그러한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는데 어제 모습은 그게 아니었다”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나는 억울하니까 힘을 같이 합쳐달라’는 듯한 메시지 같았다”고 지적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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