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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이 최근 한국 삶의질 학회와 공동으로 발표한 ‘삶의 질 종합지수’가 세간의 화제다.
“사회 발전상을 드러내는 지표로 흔히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사용된다. 하지만 ‘먹고사는 생존문제’가 일단 극복되면 삶에서 양적지표보다 질적인 측면의 중요도가 올라간다. 삶의 질 지표로 확인됐듯이 최근 10년간 우리 GDP는 29% 올랐지만 삶의 질은 12% 남짓 올랐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해야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삶의 질 지표가 공개된 후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분야가 어디인지, 국민들이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무엇을 요구하는지, 도대체 어떤 정책을 도입해야 국민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가 보다 분명해졌다.”
유경준 통계청장이 지난 17일 통계청장 집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비롯해 삶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교육 부문 종합지수는 2015년 123.9로 2006년(100)보다 23.9% 상승했다. 객관적인 취학률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교육을 통한 계층상승 사다리가 사라진 것에 대해 깊은 좌절감을 공유한다는 것을 느꼈다. 통계청에서도 교육 불평등에 대한 통계가 교육의 질 평가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교육 불평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모세대부터 자식세대에 이르는 20년 이상의 시계열 자료가 축적돼 있어야 한다. 당장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삶의 질 지표가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표를 보완해 나가겠다.”
― 고용·임금 부문 종합지수(103.2)도 다소 나아진 것으로 나왔다. 비정규직 비율 등을 포함한 ‘고용의 질’이 제대로 평가된 것인가.
“비정규직 비율 증가를 고용의 질 악화로 단순 등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사회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 단순화하기 시작하면 대기업 정규직 10%를 빼고는 모두 불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 역시 존재한다. 또 산업이 발전하면서 고용의 형태 역시 다양화한다. 고용의 질을 가장 정확히 드러낼 수 있는 지표들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0에 가까우면 평등하고 1에 가까우면 불평등)는 불충분한 지수다. 지금은 가구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하고 있다. 국세청, 보건복지부 등의 개인 금융소득 자료 등을 활용해 소득통계를 보완해야 불평등 정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이런 방식으로 산정한 ‘신(新)지니계수’는 오는 12월 나온다.)”
―우리나라 분배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2015년까지는 저소득층에 대한 공적 이전소득이 증가한 덕분에 소득분배가 개선됐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불평등 수준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추세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소득분배가 악화했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갈수록 더 증가하는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빈곤 노인들이 많아졌다. 노인들에게 일괄적으로 주었던 기초연금의 기저효과가 사라진 것도 소득분배가 나빠진 한 요인이다. 청년 실업률도 악화일로다.”
―2015년 지니계수는 0.295였다. 2016년 지니계수(오는 5월 발표)는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발표된 2016년 4분기 가계동향에서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 소득은 늘었다. 이런 지표가 추세를 반영한다고 본다.”
― 0.30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나.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그럴 것으로 본다.”
“전 국민에 대한 정확한 소득 파악이다. 병을 치료하려면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우리 국민 48%가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 이들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누가 얼마나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취약층의 복지를 위해 개별적으로 얼마가 필요한지를 알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복지를 제공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회안전망 확충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 국민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고용보험만 해도 전체 취업자 3분의 1 정도가 미가입 상태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실직이라도 하면 당장 낭떠러지행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누가 얼마나 빈곤하고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야 한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시스템 안으로 전부 포함시켜야 노동시장이 유연화돼도 충격이 덜할 수 있다. 실업자들이 실업급여와 직업훈련을 정상적으로 받으며 부활의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다.”
― 일부 대선주자가 공약으로 제시한 ‘기본소득’ 지원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나.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지금 기본소득 논의가 오가는 나라들은 이미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복지국가로 유명한 핀란드조차 부분적으로 시행한 후에 일단 효과를 보고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지 않은가. 누가 얼마나 가난한지부터 정확히 알고 이왕이면 그에 걸맞은 지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국세청과의 협업을 통한 ‘기업 등록부’ 작성을 제1의 과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등록부는 전 국민의 소득을 파악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지만 정작 실체가 없어 소득 파악이 되지 않았던 기업에 대한 정보를 국세청에서 넘겨받아 통계청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와 합치고 있다.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다른 부처의 협조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소득 파악은 능력이 아닌 의지의 문제다. ‘부자 증세’든 복지 정책이든 임금 근로자부터 각종 자영업자까지 정확한 소득 파악이 가능해져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래야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부과할 수 있고 저소득자에게는 데이터에 근거한 차등화된 지원을 할 수 있다. 세수확보에서 ‘세율’을 생각하기 이전에 넓은 ‘세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정확한 데이터가 좋은 정책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데 동의한다.
“통계 데이터도 일종의 공공재라 시장에만 맡기면 과소 생산된다. 유료이던 통계자료들이 정책수립과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2015년 말부터 모두 무료로 전환했다. 2016년 마이크로데이터 이용건수는 3만1654건으로 전년(1만4398건)에 비해 2.2배 증가했다. 현재는 지난 1월1일 기준 통계청과 타 기관 자료 총 266종을 수집해 93종을 서비스하고 있다.”
대담=조남규 경제부장
정리=김라윤 기자 ryk@segye.com
●1961년 서울 출생●부산 해동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관●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부장●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최저임금심의위원회 공익위원●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제15대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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