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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갈등 넘어 U-20 월드컵서 ‘어게인 2002’ 1983년 6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홈팀 멕시코와 맞붙었다. 1차전 스코틀랜드와의 경기는 0-2 완패. 따라서 선수단은 물론 국내 축구팬 등 국민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적이 싹트기 시작했다. 신연호의 결승골로 2-1 짜릿한 승리를 거뒀고 호주까지 2-1로 제압하며 8강에 올랐다. 싸늘하던 국민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또다시 신연호의 결승골로 극적으로 4강에 진출하는 신화를 이뤘다. 비록 4강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에 1-2로 역전패했지만 선취골을 터뜨려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해외 언론들은 한국 대표팀을 ‘오리엔트 특급’이나 ‘붉은 악령’이라고 부르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붉은 악마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멕시코 대회 때 국민은 대부분 TV를 통해 안방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국민은 붉은 악마로 변신해 ‘광장’으로 뛰쳐 나왔다. 서울시청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를 붉게 물들인 그해 6월의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국민은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고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첫 4강의 신화를 만들어 냈다. 해외 언론들이 붉게 물든 광장의 모습을 앞다퉈 소개할 정도로 응집력 있는 응원문화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현태 체육부장
광장을 또다시 붉게 물들일 최대 스포츠 이벤트가 다가왔다. 바로 오는 5월 20일∼6월 11일 수원, 전주, 인천, 대전, 천안, 제주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대회다. 1977년 시작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는 2007년 캐나다 대회부터 U-20 월드컵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U-20은 월드컵에 버금가는 수준의 스포츠 빅이벤트로 총 24개국(52경기)이 참가하며 국내외 관중 100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U-20 월드컵은 앞으로 세계 축구를 호령할 예비 스타들의 산실로도 유명하다. 실제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포르투갈 루이스 피구, 스페인의 라울 곤살레스, 프랑스 티에리 앙리,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등이 모두 이 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리며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났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대회를 앞두고 최종 모의고사로 치르는 4개국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U-20 4개국 축구대회 1차전에서 북중미 강호 온두라스를 3-2로 꺾었고 지난 27일 2차전에서도 U-20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을 1위로 통과한 난적 잠비아에 4-1로 대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바르샤 듀오’ 백승호(20·FC바르셀로나B)와 이승우(19·FC바르셀로나 후베닐A)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승우는 이날 결승골과 쐐기골을, 백승호는 1골1도움으로 펄펄 날아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 한국이 대회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청앞 광장은 다시 붉은 악마들의 함성으로 뒤덮일 것으로 기대된다. 대회조직위는 붉은 악마와 이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응원 문화 확산을 위해 업무 제휴 협약도 맺었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사태’ 이후로 광장은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졌다. 붉은 악마들이 열렬하게 흔들던 태극기가 보수의 상징물이 돼버리는 안타까운 현실까지 초래됐다. 2002 월드컵 때 광장에는 진보도 보수도,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하나였고 같은 곳을 바라봤다. 최순실 사태로 갈라진 국민이 U-20 월드컵을 계기로 2002년처럼 다시 하나가 되는 꿈을 꿔본다.

최현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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