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되는 마약류 중독자 재활·치료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전국의 보호관찰소 56곳의 보호관찰 대상자 중 상습 마약투약자들에 대한 전문 상담치료 프로그램이 시행 중이다. 마약류 상습투약으로 중독성이 의심되는 대상자를 선별해 관련 전문가가 1년간 월 1∼2회 일대일로 맞춤형 전문상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범죄인의 사회적응을 돕는 보호관찰 제도에서 마약류 중독자를 위한 재활 및 치료가 강화된 셈이다.
이는 지난해 범정부 차원에서 수립된 마약류 범죄 근절 종합대책에 마약류 보호관찰 대상자 관리감독 강화와 치료·재활 대책이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대책에는 아울러 마약류 사범에 대한 불시 약물검사를 강화하고 각종 평가도구를 개발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과거 대응이 마약류 사범의 검거나 처벌에 그쳤다면 이제는 정부가 치료 및 재활 과정을 적극 지원해 재범을 막는 게 목표다.
그 결과 마약류 사범의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에 상당한 도움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보호관찰 대상자 10만여명 중 마약류 보호관찰 대상자는 3300여명에 이르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중 약 40%가 동종 전과가 있는 마약중독자로 파악된다.
마약류 보호관찰 대상자는 평소에 지도감독에 순응적인 듯하지만 마약 투약에 대한 충동성이나 사회규범에 대한 반항적 성향이 높은 편이다. 인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금단현상에 따른 자해 위험성도 크다. 또 이웃과 지역사회 등 공동체와 유대관계가 약하다 보니 정상적인 사회 적응이 쉽지 않으면서 다시 다른 마약 사범들과 접촉해 재범에 노출되기도 한다.
정부가 마약범죄 근절과 재범을 막기 위해 대처 방식에 변화를 고려한 배경이다. 유엔 차원에서도 마약 공급과 유통, 투약 등 범죄 위주의 대응에서 마약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 자체를 억제시키는 마약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전통적 방식에는 크게 공급통제와 수요억제 두 가지가 있다. 마약류 사범을 단속하거나 의료용 마약류·원료물질 등을 관리하는 등 마약류 자체에 집중하는 방식이 전자라면 예방활동이나 인식 확산, 중독자의 치료·재활 등이 후자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수요억제 방식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시기적으로 늦었다기보다는 그동안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정도를 제외하면 과거에는 국내 마약류 사범은 1만명 이하로 유지됐다. 유통사범을 단속하거나 재범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는 것으로도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했던 셈이다.
그러나 마약류 사범이 2015년 1만1916명이 되는가 싶더니 지난해에는 1만4214명으로 더욱 증가했다. 또 인터넷을 통해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해외에서 마약을 받아볼 수 있게 됐고, 마약 유통망이나 제조법 등에 대한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마약류 사범의 범죄 원인은 2015년 기준으로 중독 비중이 19.8%로 가장 컸지만 유혹(16.9%)과 호기심(13.7%), 우연(3.4%) 등의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20세 미만) 마약류 사범이 128명(전년 대비 25.5% 증가)으로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것과도 무관치 않다. 마약 퇴치 홍보 등 대국민 인식 전환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마약류 관련 범죄는 투약자 본인에게만 해가 될 뿐, 타인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논리로 ‘피해자 없는 범죄’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마약류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간 2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종합적인 대응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마약투약자는 범법자인 동시에 마약중독 환자라는 양면성이 있어 형사처벌 외에 근본적 중독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과 치료·재활 병행이 재범 방지에 필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마약중독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건전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약류 사범 증가에 따른 예방적 대응의 의미는 ‘재범 방지’, 곧 중독의 악순환을 완전히 끊어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가능한 한 조기에 개입해 치료 및 재활 과정을 충실히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4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기소유예 조건이나 법원의 명령을 통해 재활교육을 받은 마약류 중독자는 2012년 286명에서 지난해 903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강제적 재활인 치료보호를 받은 인원은 2012년 23명에서 2015년 191명으로 증가했다. 1987년 시작된 치료보호는 전국의 마약류 중독자 전문치료병원(21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입원기간은 2개월 단위로 최대 12개월이다. 이 방법보다 더 센 치료감호 실적 또한 2012년 21명에서 2015년 32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15년 기준으로 1만1916명인 전체 마약류 사범 중 절반이 넘는 6353명이 투약 사범임을 감안할 때 치료·재활 비중은 낮은 편이다. 또 치료보호 인원이 191명으로 늘었다고는 하지만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시설로 지정된 전국 21개 의료기관의 지정 병상 321개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올해 도입한 교정시설 내 마약류 사범에 대한 심화치료 프로그램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국의 교정시설 52곳에서 기본(8회기)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전담 교정시설 8곳의 집중치료(13회기) 프로그램을 거쳐 최종으로 군산제2심리치료센터에서 단일화된 심화치료(40회기 이상)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과정이다. 심화치료 프로그램에는 특성화 심리치료 프로그램인 ‘치료공동체’도 도입됐다.
미국의 국립약물남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에 대한 상담 및 치료는 재범 확률을 최대 40%까지 낮춘다. 또 마약사범 치료에 1달러를 투입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최소 4∼7달러의 범죄비용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용을 포함할 경우 비용 절감 효과가 12달러까지 올라갔다.
강남을지병원 조성남 원장은 “마약류 사범 증가 등에 따라 중독자 치료보호 제도는 갈수록 활성화할 것”이라며 “관련 예산을 확충하는 한편 치료보호 제도에 대한 홍보를 통해 국민적 인식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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