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불황 반복되는 경기변동 원리 한눈에

만년필을 대체한 타자기는 신기술로 각광을 받았으나 컴퓨터의 등장으로 타자기는 박물관 전시품으로 전락했다. 경기 변동은 이러한 라이프사이클의 총체적 확대이다. 신제품의 등장으로 과거 지배적이던 제품들이 쇠퇴하고 사라져간다. 이런 일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은 경기순환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경기순환이론의 선구자인 콘드라티예프나 슘페터의 ‘기술혁신에 근거한 경기순환이론’을 현실감 있게 풀이했다. 경제학자만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경기변동의 원리가 한눈에 그려진다. 저자가 제시한 ‘돼지 사이클’은 경기변동을 제대로 설명한다.

언젠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다. 축산 농가는 기뻐하고 소득이 올라간다. 당연히 더 많은 돼지를 사육한다. 평소보다 더 많은 새끼 돼지를 구입한다. 그 결과 새끼 돼지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이때 판매업자는 사재기에 나서며, 결국 가격은 더욱 상승한다. 물가 앙등에 고통받는 소비자들은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로 바꾼다. 그동안 더 많은 새끼 돼지가 태어난다. 당연히 사료값도 상승한다. 사료값이 상승함에 따라 돼지의 사육비용도 상승한다. 소비자는 높은 고기 가격 때문에 점점 소비를 줄인다. 이전보다 소비가 줄어들자 돼지고기가 시장에 넘쳐난다. 가격은 즉시 하락하고 축산 농가는 손해를 본다. 소비자들은 이제 기뻐하며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한다. 따라서 돼지고기 가격은 다시 상승한다.

경기변동을 극심하게 만드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와 대응을 저자는 ‘국면적 본능’이라고 표현한다. 경기가 순환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도 사람들은 좀처럼 그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 저자는 장기불황 시대를 헤쳐 나갈 경기변동의 필수 지식을 제공한다. 책에는 경기 흐름을 이해하는 순환의 법칙들이 담겼다.

정승욱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