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손님에서 핵심 고객으로.’
‘카공족’의 극적인 변화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카공족은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주야장천 앉아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봐 카페 업계에서는 진상손님의 대표 격으로 치부됐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구매력, 충성도 등에 새롭게 주목하는 카페들이 많아지면서 마케팅의 핵심으로 대우받고 있다.
여러 사람이 차 한 잔씩 시킨 뒤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 떠나는 공간인 카페 입장에서 카공족은 골칫덩이였다. 혼자 와서는 메뉴 하나 달랑 주문하고 몇 시간 동안 죽치고 앉아 있는 경우가 태반이니 회전율을 떨어뜨렸다. 노트북과 각종 자료들을 너저분하게 늘어놓고 4인석을 홀로 차지하는 경우도 많으니 그럴 만도 했다.
최근 카공족에 대한 시선이 확연이 달라졌다. 카페에 도서관의 성격을 더한 ‘카페브러리’(Cafe+Library)의 등장이 이런 변화를 대표한다. 카공족을 겨냥한 구조를 만든 것이다. 1인용 칸막이 책상, 스탠드를 설치해 공부나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높은 파티션으로 공간 분리를 시도한 곳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노트북 사용자들을 위한 좌석마다의 콘센트는 필수다.
카공족에 대한 대우가 바뀐 건 높은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 덕분이다.
예전에 카공족들이 음료 1잔만 시키고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샌드위치나 케이크, 샐러드 등으로 식사까지 카페에서 해결해 소비액이 훨씬 커진 경향을 보이고 있다. 취업준비생 조모(25)씨는 “식사 때문에 카페와 식당을 왔다 갔다 하면 돈이 이중으로 들어서 카페에서 식사까지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2)씨는 “카공족 같은 장기 체류 손님들이 단기적으로는 회전율을 떨어뜨리는 것 같지만 커피를 추가 주문하기도 하고 샌드위치나 식사 대용 메뉴들도 시켜먹는다”며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카공족 유치 의지를 보였다.
대학생들이 많은 신촌에는 도서관에서나 볼 법한 긴 책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신촌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34)씨는 “시험 기간엔 카페가 꽉 차서 그냥 되돌아가는 학생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카공족은 일반 고객에 비해 브랜드 충성도도 높다. 대학생 이모(22)씨는 “한번 가본 카페가 자리도 편하고 만족스러우면 계속 이용하는 편이다. 친구들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커피 브랜드 간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매출을 올리고 안정적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공족 친화적 마케팅’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A브랜드의 변화는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A브랜드는 지금까지 매장에 콘센트, 무선인터넷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카페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이 변화하자 마케팅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A브랜드 관계자는 “커피 본연에 충실하자는 주의였는데, 최근 카공족이나 직장인들이 공부나 업무로 카페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콘센트나 와이파이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며 “디저트나 식사 대용 메뉴 개발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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