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가 여름방학 시즌에 접어들면서 반수를 고민해온 새내기들의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6월이 ‘결정의 달’인 이유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1학년 1학기 휴학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 대부분의 대학들은 군 입대나 질병, 임신·육아 등 특이사항이 아닐 경우에는 신입생의 1학기 휴학을 불허하고 있다. 반수생들이 1학기를 마친 6월 중순에야 수험 준비에 돌입할 수 있는 이유다.
대학가의 여름방학을 맞아 입시학원들도 ‘반수생 특별반’을 일제히 개강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반수생들도 개별마다 필요한 공부가 다르다. 반수생들은 3월부터 수험 준비를 하는 재수생에 비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과목 종합반 뿐만 아니라 논술 집중반, 특정 과목 집중반 등의 특별반을 만들고 있다”라고 답했다.
반수생들은 다시 한 번 수능을 보는 이유로 주로 청년 실업과 취업난을 꼽는다. 과거에는 김씨처럼 대학 간판을 바꾸기 위해 반수를 택하는 이들의 비중이 더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구십 퍼센트가 논다) 등의 신조어에서 알 수 있듯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위해 반수를 택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인문계열에서 이공계열이나 의대 등을 택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서울 소재 명문대 인문계열 학과에 입학했다가 지난해 반수를 통해 지방대 의대 입학에 성공한 이모(20)씨는 “고3 입시 때는 학교 간판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별로 흥미도 없었던 인문계열 학과를 택해서 들어갔다. 그런데 선배들이 취업 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것을 보면서 간판보다는 전공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반수로 의대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상경계열 학과 1학년이 조모(19)씨도 “그나마 취업시장에서 문과 전공 중 상경계열이 낫다고는 하지만, 공학 계열 전공이 확실하게 우대를 받는다고 하더라. 이과로 바꿔서 수능을 다시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가 반수생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이유로 이번 수능부터 영어영억이 절대평가로 바뀐 것을 꼽는다. 임 대표는 “수능 준비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수생들로서는 영어 공부에 대한 부담을 덜고, 국어나 수학, 탐구 영역 준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면서 “대체적으로 수능에서 재수, 반수생들이 수학 영역에서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수학에 집중해 성적을 올리면 지원할 만한 상위권 대학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반수생들은 일반 재수생들에 비해 절박함이 덜하기 때문에 얼마나 자기 절제를 하며 차분히 5개월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렸다”고 조언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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