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반도 동부 고대도시 무덤의 여자아이 인골. 무덤의 주인은 1세기 무렵 타즈 세력가의 자녀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아라비아반도에서 나온 유일한 황금가면은 현재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아라비아의 길’에 전시돼 있다. 두께 4.5㎝, 길이 15㎝의 황금가면은 일자로 된 눈썹과 오똑한 코, 작은 입이 인상적이다.
가면은 크기가 작고 수염이 없다는 점에서 무덤의 주인인 여자아이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라비아의 길’ 전시를 기획한 김승익 학예연구사는 “황금가면은 발굴 당시 시신의 얼굴 부분에 덮어져 있었다”며 “주로 성인의 무덤에서 나오는 가면이 어린아이의 무덤에서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무덤에서 나온 황금가면과 황금장갑. 두께 4.5㎝, 길이 15㎝의 황금가면은 일자로 된 눈썹과 오똑한 코, 작은 입이 인상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황금가면은 19세기 후반 그리스 미케네에서 나온 아가멤논의 황금가면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그러나 기원전 16세기쯤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가멤논의 황금가면이 타즈의 황금가면보다 장식기법이 섬세하다. 김 학예연구사는 “황금가면은 그리스에서 먼저 시작된 전통”이라며 “타즈의 황금가면이 그리스에서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의 문화가 기원후 1세기쯤 아라비아반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증명하는 유물”이라고 덧붙였다.
인골 주변에 흩어져 있던 금박.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황금가면 외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황금장갑이다. 김 학예연구사는 “장갑은 시신의 중앙 부분에 올려진 채로 발견됐다”며 “가면과 마찬가지로 시신이 착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인골의 주변으로 수많은 금박이 흩어져 있었다. 김 학예연구사는 “금박의 용도는 알 수 없으나, 이 역시 높은 신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살짜리 아이의 무덤에 이처럼 화려한 부장품을 썼다는 것으로 볼 때 당시 타즈지역이 전반적으로 부유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학예연구사는 “고대 문헌에는 아라비아에 번성한 왕국인 게라가 있었다고 돼 있는데, 타즈가 게라일 확률이 높다”며 “황금가면은 아라비아 땅이 동서 문명의 교차로였음을 입증하는 유물”이라고 말했다.
기원전 100만년 전부터 20세기까지 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특별전은 8월 27일까지 이어진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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