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음향편집상 수상작인 ‘컨택트’(감독 드니 빌뇌브)는 시간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공상과학(SF)영화지만 특히, 소통에 관해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외계 비행체의 지구 도착으로 인해 빚어지는 접촉과 소통의 문제를 다룬 이 영화는 원래 ‘도착’(Arrival)이라는 제목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컨택트’로 번역해 ‘접촉과 소통’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외계 비행체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12개 지역에 나타나게 되자 미 육군 장교인 웨버 대령(포레스트 휘태커)은 언어학자인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애덤스)를 찾아와 외계인의 언어를 번역해 그들이 왜 지구에 왔는지 파악해 달라고 한다. 그녀는 외계 비행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물리학자인 이안 도널리(제러미 레너)와 동료가 돼 헵타포드라는 이름의 외계인과의 소통을 시도하게 된다. 알 수 없는 외계인과의 언어소통은 세계평화를 위한 절체절명의 임무가 된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
쓰임새에 따라 도구가 되기도 하고 무기가 되기도 하는 칼을 생각해 보면 언어가 가지는 양면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이 칼을 무기라고 의미하고 말했는지, 도구라고 의미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대응한다면 소통은 불가능할 것이다. 상대방 말의 동기나 상황을 먼저 고려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을 위한 기본 조건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루이스가 헵타포드의 언어를 분석하기 위한 과정을 상세히 그리고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면 우리가 타자와의 소통을 위해 저토록 노력해 본 적이 있는가 하는 반성이 저절로 든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면 ‘불통의 시대’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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