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도둑을 막는 일을 잘하지만 쥐를 잡지는 못한다.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쥐도 잡아야 한다. 개를 대기업에 비유하자면 쥐 잡는 일은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자선단체 및 사회적기업 몫이다. 사회적 투자 전문 아큐먼펀드는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모기장을 무료 배포하는 자선단체와 모기장을 제조하는 사회적기업에 각각 3억원씩 지원해 결과를 살폈다. 자선단체가 배포한 모기장은 곧 무용지물이 됐다. 공짜였기 때문에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데면데면했다. 그렇지만 사회적기업은 내구성 있는 모기장을 만들었고, 위험을 감수하고 오지마을까지 접근해 저가로 팔았다. 미국 영국 등은 수조원씩 들여 이러한 사회적기업에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를 한다. 재무적 이익보다 사회적 이익을 우선하는 투자 철학이다.
사회적기업의 기원은 중세 협동조합이다. 조합원들이 빈곤타개책으로 곡물 등을 공동판매하는 소매점을 열어 운영했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립을 위해 영리활동도 했던 것이다. 미국의 종교단체 또는 지역주민 바자회도 비슷하게 분류된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SK 회장이 공감대를 이룬 대화 주제가 사회적기업이었다. 대기업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기업이 사회적기업을 일정기간 지원토록 하고, 지원한 만큼 평가해주는 공적인 평가기준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평가를 하고 그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게 해 기업의 참여 확대를 유도한다는 아이디어이다. 평가는 기업에 대한 좋은 인식을 확산하는 데도 도움이 될 터이다. 세금 감면 같은 금전적 보상까지 따르면 더할 나위 없다. 새로운 실험의 결과가 기대된다. 재벌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줄어들고 기업과 사회에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될지 주목된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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