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말폭탄' 주고받던 북·미… 전쟁 직전단계로 치달을까

입력 : 2017-08-10 18:45:45 수정 : 2017-08-10 23:23:4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北 ‘예고 후 도발’ 강행 우려… 美 요격 땐 전쟁 직전 단계로 / 北 실제 괌 포위사격 가능성은 / 北 1차 핵실험 때도 사전예고한 전례 / 美, 北 도발 땐 ‘말폭탄’ ‘요격’ 중 선택 / 낮은 지지율 등 코너에 몰린 트럼프 / ‘군사적 옵션’ 국면전환용 삼을 수도 / 北도 안보리 제재 국면 돌파 노림수 / 괌 포격→요격→北 정밀폭격 ‘위험’
북한이 10일 미국의 전략기지인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는 초대형 도발을 예고했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4발을 동시에 괌 주변에 발사하겠다며 예상 비행거리와 탄착지점까지 공개했다. 이러한 도발이 실행에 옮겨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전례에 비춰 볼 때 무시하기 어렵다.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 때도 사전예고를 통해 핵실험 강행을 시사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횟수와 그 강도가 나날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더욱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최근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 국면 등을 돌파하기 위한 노림수로 괌 포격을 벼르는 것으로 보인다. 최동주 숙명여대 교수는 “북한이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미국과의 대화모드로 가기 위해선 한번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면승부가 필요하며, 미 본토보다는 부담이 덜한 괌을 향한 군사적 도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 부추기는 北… 10만 군중시위 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군중집회에 참석한 평양 시민들이 ‘미국에 핵불벼락을’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미 결사항전 의지가 담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양 10만 군중시위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에 반발하는 내용의 공화국 정부 성명을 지지하기 위해 열렸다.
평양=AP연합뉴스

관심사는 또 있다. 괌을 겨냥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미국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다. 미국 자치령인 괌은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이지만 엄연히 미국 영토로 군사전략기지다.

미국의 선택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북한 화성-12 미사일의 괌 주변 해상 포격이 미국의 영토에 대한 직접적 공격 내지 위협이 아니라는 판단이 우선한다면 이전처럼 ‘말폭탄’을 이어갈 것이다. 더불어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맞설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괌 영공이나 영해, 영토를 침범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북한의 괌 주변 포격을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괌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가 불을 뿜으며 요격에 나설 수 있다. 1953년 유엔과 북한의 정전협정 체결 이후 미국과 북한의 직접적 군사충돌인 만큼 국면은 전쟁 직전 단계로 치닫게 된다.
미국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한반도 등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8일(현지시간) 괌의 앤더슨공군기지를 이륙하고 있다.
앤더슨공군기지=EAP연합뉴스

대기하는 ‘랜서’ 북한이 미사일 포위 사격을 예고한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10일 미국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대기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최근 사드를 동원한 IRBM 요격시험이 잇따라 성공한 데다 미국 조야에서 군사적 옵션 사용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는 점은 이런 무력대응에 힘을 싣는다. 괌에는 현재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돼 있다. 미 해군 이지스함을 동원, 화성-12 미사일이 괌 인근 해상에 도달하기도 전에 SM-3 미사일로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북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따른 다층방어망을 시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후 시나리오는 괌 기지에서 발진한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북한 핵·미사일 기지를 정밀폭격하는 것이 거론된다. 최근 B-1B가 수시로 한반도로 출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낮은 지지율과 러시아스캔들 등으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입지를 고려할 때 대북 군사옵션 사용은 국면전환용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
북한이 미군 기지가 있는 괌을 포위 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설치된 대공 감시 레이더 뒤로 A-10 공격기가 착륙하고 있다.

1998년 1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이 불거졌을 때다. 클린턴 대통령과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은 지지율 하락은 물론 국정운영의 마비를 불러왔다. 그해 12월 클린턴 대통령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 본회의를 통과하고 이듬해인 1999년 2월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될 때까지 클린턴은 그야말로 식물대통령이었다. 클린턴은 난국 타개를 위해 코소보 공습카드를 꺼내 들었다. 성추문 스캔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조치로, 이 무렵 코소보 ‘공습 검토’, ‘공습 가능성’을 수시로 언급했다.

정부 소식통은 “실제 코소보 공습이 감행된 것은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고서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국제여론은 클린턴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코소보 공습이라는 군사적 옵션을 사용한 것으로 인식했다”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상황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예진 기자 worldp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문가영 '부드러운 미소'
  • 문가영 '부드러운 미소'
  • 트리플에스 VV 린 '강렬한 눈빛'
  • 박지현 '순백의 여신'
  • 김민주 '청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