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과 소통을 중시하는 탈권위 행보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았다. 하지만 ‘탁현민·박기영’으로 대표되는 일부 코드인사와 진상조사→ 환경영향평가 확대→ 발사대 추가배치 순으로 오락가락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 및 급격한 탈원전 정책에 대해선 다수가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분야별로 정치학 교수·평론가 등은 평균 81.2점으로 가장 후하게 평가했다. 이어 외교·안보 전문가 그룹 평점은 76점, 사회 전문가 평점은 78.3점이었다. 외교·안보의 경우 북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악조건에서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 위기 관리 능력을 전문가들이 나쁘지 않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 등이 포함된 산업계는 74점, 경제학 교수 등의 경제 분야는 72.5점으로 평점이 낮았다. 경제 상황은 좋은 편이나 신성장동력 발굴 등에 대한 전망을 아직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한 것이 주 원인이다. 금융 분야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요 사안 및 정책에 대한 전문가 50인의 평가는 대체로 엇비슷했다. 가장 잘한 조치로 국정공백 상태를 신속하게 해소한 점과 탈권위 행보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권력의 오만과 부패를 청산할 의지를 보여주었다(한태규 외교협회장)”, “권위주의적인 지난 정부가 실패한 소통부재 등의 문제를 개선한 것은 성과”(허찬국 충남대 교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강명헌 단국대 교수는 “파격과 감성에 입각한 리더십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이것은 허상”이라고 비판했다.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서도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지 않았는데 기대에 못 미친 선택이고 결정이다”, “정치보복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등의 의견도 있었으나 무리하지 않고 절차를 지켜가며 적폐청산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과감한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측에선 ‘화끈하지 않다’는 불만을 표시하나 실제로 진행 상황을 보면 결국은 (적폐 인물이) 물러난다”며 “답답하다지만 포고령이 아닌 법 테두리 안에서 절차를 밟아서 하는 것이기에 시민들이 신뢰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코드인사와 공론조사를 채택한 탈원전정책 수립 과정이다. 한 진보성향 경제학자는 “문 대통령의 잘한 점은 ‘김상조(공정위원장)·강경화(외교부장관)’ 임명, 잘못한 점은 ‘최종구(금융위원장)·김현종(통상교섭본부장)·박기영(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이라고 잘라 말했다. 야당과의 협치 부족에 대해 정치학자들은 대체로 정치구도상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극복할 방안 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성준·유태영·이도형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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