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이 강연은 지난해 여름 평안남도의 한 도시에서 국가안전보위성(당시 국가안전보위부)이 주민을 대상으로 개최한 것이다.
강연 기록을 보면 지난해 5월 36년 만에 개최된 제7회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진행된 증산운동 ‘70일 전투’ 기간 중 마약 밀매자가 이 도시에서만 200명, 주변 지역을 포함하면 500명이 적발됐다. 마약 제조에서 소매까지 관여한 핵심인물에 대해서는 “당과 사법기관에서 책임적 지위에 있는 가족과 친족이 다수 있었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북한 엘리트층 출신이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북한에서는 마약을 중국식으로 ‘빙두’(氷毒)라고 부르며, 북·중 접경지대 등 빈곤 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기록에서는 도시를 중심으로 ‘21세기의 명약’, ‘현대식 감기약’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24시간 공부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엘리트층 대학 수험생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술·안주와 함께 마약을 제공하고 하루에 1인당 50만원(약 7만3400원)을 받은 사례도 소개됐다. 해당 음식점의 여주인은 총살을 당했다고 강연 기록에 언급됐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에 위조지폐와 미사일 수출, 마약 거래가 주요 외화 획득 수단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중 국경에서의 마약 밀수 적발이 강화되는 등 국제사회의 단속이 심해지자 북한 내에서 마약 밀매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범죄자가 증가하면 반체제적인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강연자는 “지금처럼 (마약 거래가) 늘어나면 조국이라는 거대한 집이 무너진다”며 마약이 만연하는 사태에 대한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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