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1분쯤 마 전 교수가 자택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아파트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마 전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지난해 8월 연세대 퇴직 이후 우울증을 보여 약물을 복용해 온 마 전 교수는 가사도우미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자신의 유산과 시신 처리를 가족에게 맡긴다는 내용의 A4용지 1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는 퇴직 후인 지난해 9월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마 전 교수의 시신은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마광수 전 교수가 1994년 연세대 교수 시절 강의하던 모습. 당시 그는 소설 ‘즐거운 사라’로 피소돼 음란문서 제작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연합뉴스 |
마 전 교수는 1991년 8월 ‘즐거운 사라’를 출판하면서 고초를 겪었다. 즐거운 사라는 같은 해 9월 외설작품으로 지목돼 판매금지되고 이듬해 마 전 교수는 강의 도중 서울지검 특수2부에 붙잡혀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연세대에서 해직됐다. 마 전 교수는 생전에 “우리나라 소설에서 사라 같은 여자는 없고, 있다 하더라도 다 자살하거나 반성할 뿐”이라며 “문학의 품위주의, 양반주의, 훈민주의에 대한 반발이었다”고 회고했다.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가 2010년 4월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
마 전 교수의 죽음을 두고 ‘사회적 타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의 지나친 엄숙주의와 경직된 태도가 자유로운 예술혼을 억압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소설가 김도언은 “많은 자살이 그렇지만 이 자살은 의심할 여지없는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위선과 가식으로 뒤덮인 한국 사회가 열정과 재능이 넘쳤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억압과 금기를 부수는 전선에 섰던 한 지식인에게 처참한 모욕을 안겨주고 결국은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용호·박현준 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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