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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유엔 제재 비웃으며 제 갈 길 가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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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9 21:16:13 수정 : 2017-09-19 23: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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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 제재 실효성 미흡도 원인 / 미국 핵우산 제공 더욱 확고하게 해야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조치는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로 구체화됐다. 북한에 대한 원유 및 석유류 제품의 수출 한도를 설정하고 북한산 섬유류의 수입을 금지하며, 북한 근로자의 고용도 제한하는 조치를 담았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결의 채택 3일 만에 일본 상공을 지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보리는 다시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했다.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왜 이렇게 될까.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핵무장을 완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핵폭탄을 보유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개발에도 성공했다. 다만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는지,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정밀유도 기술을 확보했는지에 대해 약간의 논란이 있다. 북한은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고 실질적인 핵보유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당분간 이러한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행동을 계속할 것이다. 북한은 그런 이후에나 대화에 응할 것이다.

이어,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의 실효성 미흡도 북한이 거듭되는 도발로 제재를 비웃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북한은 매우 고립된 국가로 경제제재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중국이 북한의 목을 비틀 만한 강력한 제재를 반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기를 바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협상 카드로 이용해 미국의 동북아 지역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이 축소되기를 원한다. 북한이 ICBM을 포기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협상을 하든 모두 중국이 좋아할 만한 일이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재의 실효성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도, 대화 국면이 조성되더라도 합의가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해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따르는 비용을 증대시키고,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행동이 잘못된 계산임을 보여 주어야 하며, 우리 스스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해야 한다.

우선, 대북 경제제재의 강도와 실효성을 높여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르는 비용을 최대한 지불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제제재가 북한의 도발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북한 경제의 성장 속도를 늦춤으로써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드는 부담을 증가시킬 수는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은 대북 경제제재의 강도를 높여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갖고도 고도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면 우리 입장에서 최악이다. 강도 높은 경제제재가 필요한 이유이다.

다음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협상 카드로 미국의 동북아 군사력 전진배치를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계산이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도발이 미국의 동북아 군사력 증강과 한·미동맹 강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말이 아니라 조용히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중국은 북한을 감싸는 것과 제재하는 것의 수익과 비용을 비교하며 행동한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데 따른 비용을 증가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끝으로, 우리의 방어능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북한이 재래식무기로 우리나라를 침범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더욱 확고하게 하여야 한다. 안보는 잃고 나서 후회하면 너무 늦다.

북한을 핵무기와 전달체계를 갖춘 핵국가로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북한은 실질적으로 그러한 단계에 도달했다. 대한민국을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제 이러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그 바탕 위에서 현실적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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