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D 브라운 외 지음/한국여성과총 교육홍보출판위원회 옮김/해나무/각 권 1만2000원 |
여성 법의인류학자 다이앤 프랜스의 일은 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뼈를 분석해 나이부터 키, 성별, 사망 원인까지 알아낸다. 뼈와 대화하기 위해 그는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화 한 통이면 비행기 추락·화재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 1999년 이집트 항공기 대서양 추락 현장에 그가 있었다. 2001년 9·11 테러 2주 후에는 수톤의 잔해 속에서 치아나 뼛조각을 찾아 분류했다. 때로 그는 미해결 살인 사건 해결에 일조한다. 사라진 러시아 로마노프 황족의 유골을 찾으러 러시아로 날아간 적도 있다. 1918년 7월 공산 혁명 중 처형된 로마노프 황실의 가족 유해를 찾는 일이었다.
여성 물리학자 셜리 앤 잭슨은 실력이 뛰어났음에도 대학 시절 내내 왕따를 당했다. 인종·성차별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1973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반도체 칩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이론을 제시해 신진 학자로서 두각을 보였다. 1995년에는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며 최초의 흑인 여성 정부기관 책임자가 됐다. 1999년에는 렌셀러 플리테크닉 대학교(RPL) 총장에 취임해 역시 ‘최초’의 역사를 썼다.
프랜스와 잭슨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우뚝 선 여성 과학자들을 조명한 ‘거침없이 도전한 여성 과학자’ 시리즈가 완간됐다. 모두 10권이다. 지난해 11월 4권이 나온 데 이어 이번에는 두 사람을 포함해 행성지질학자 아드리아나 오캄포, 야생생물학자 에이미 베더, 생체역학자 미미 코엘, 사회학자 마르타 티엔다를 다뤘다.
오캄포는 우주 암석의 지질학적 성질을 분석한다. 65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대충돌의 흔적인 ‘칙술루브 크레이터’ 규명에 일조했다. 베더는 르완다에서 마운틴고릴라의 생태를 관찰하고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열정을 바쳤다. 코엘은 날고 헤엄치고 기어다니는 생명체의 움직임을 연구한다. 말미잘과 황소다시마 등의 작동 원리를 밝혀 생명체의 모양새가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발표했다. 티엔다는 가난한 이민·재혼 가정에서 7남매와 어렵게 자랐지만 뛰어난 사회학자가 됐다. 그는 미국 거주 히스패닉을 다룬 연구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시리즈는 꿈을 실현한 여성 과학자들의 인생을 통해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도움을 주고자 기획됐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