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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 희망을!] 윗선 청탁에 뒤바뀌는 합격자…'배경 절벽'에 우는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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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1 19:27:49 수정 : 2017-11-01 21: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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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기관에 판치는 ‘新음서제’ / “능력보다 배경”… 공정사회 열망 무너뜨린 채용 비리 실태 / ‘채용 비리의 온상’된 公기관 / 의원·고위공무원 입김에 쉽게 굴복 / 강원랜드, 한해 공채 전원이 특혜 대상 / 가스안전公, 여성 탈락시키려 점수 조작 / 정작 지켜야 할 청년고용의무제는 외면 / 블라인드 채용 법석 떨지만… / 공공부문은 ‘스펙 보지마라’ 의무화 / 이미 도입 우리銀 등 부정에 유명무실 / 청탁 입사자 합격취소도 문제 소지 / 채용 과정 모두 공개… 압력 차단해야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였던 이 문구는 ‘공정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을 투영해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최근 채용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공정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은 차갑게 식고 불신과 분노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신의 직장’이라 불릴 정도로 고용과 보수 조건이 뛰어나 해마다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하는 회사들이 채용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나 취업준비생들의 박탈감은 더 크다. 구직자 10명 중 7명은 채용 공정성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과거 5년간 채용을 전수조사하고 채용비리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대판 음서제’ 논란과 함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모나 스펙 대신 실력만 보고 뽑기 위해 정부가 도입을 장려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 역시 청탁과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낯 드러낸 기업 채용비리

최근 드러난 실태를 보면 공기업에서 민간기업까지 채용비리는 성역도 예외도 없었다. 채용비리의 유형과 청탁자도 다양했다. 권력자나 임직원의 친인척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서류 전형기준을 인위적으로 바꾸거나 면접 점수를 조작해 수많은 지원자를 들러리로 세우는가 하면 채용인원을 멋대로 늘리고 뒷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채용비리 폭로의 시발점이 된 강원랜드는 2012 ~2013년 공채 합격자 518명 전원이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등 유력자들의 청탁 대상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강원랜드로부터 제출받은 ‘직원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체 3541명의 직원 중 980명이 가족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3명 중 1명꼴로 가족과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셈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은 국회의원을 비롯해 관리감독을 받는 상급기관의 압력에 취약해 이 같은 채용 청탁 앞에 쉽게 굴복하거나 타협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 역시 채용비리에 휘말렸다. 금감원은 2015년 신입직원 공개 채용 때 지인의 청탁을 받은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인원을 늘리고, 서울 소재 대학을 나온 지원자를 ‘지방 인재’로 분류해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별에 따른 차별도 여전했다. 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를 조작해 여성 지원자 7명을 의도적으로 탈락시키고, 대신 불합격 대상이었던 남성 지원자 13명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채용비리에 휘말린 기업들이 정작 법적으로 준수해야 할 청년고용의무제는 외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중 지난해 청년고용의무제를 지키지 않은 기관은 48곳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최근 채용비리가 드러난 강원랜드, 대한석탄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관리공단 등도 이름을 올렸다. 청년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제정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정원의 3% 이상을 청년 미취업자로 신규 고용하도록 했다.

◆합격취소, 블라인드 채용…대안 될까

정부는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비리 연루자는 중징계하고, 청탁을 통해 입사한 사람은 합격을 취소하는 한편 5년간 공공부문 입사지원도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격 취소 시 책임소재 등을 둘러싸고 소송이나 분쟁으로 번져 사회갈등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부정 채용의 경우 원인무효로 합격을 취소할 수 있고, 회사 측은 그동안 지급했던 급여에 대해서도 문제로 삼을 수 있다”며 “그러나 채용비리는 사용자의 잘못으로 채용된 것인데 그 책임을 직원에게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근로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정한 채용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서 외모나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고 민간기업도 도입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입사지원서에 출신지, 가족관계 등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 역시 인사청탁 등의 채용비리를 차단하거나 공정한 채용의 대안이 되려면 갈 길이 멀다.

2008년 은행권 최초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우리은행은 금감원, 국정원, 기관 고객 등의 청탁을 받고 16명의 지원자를 합격시킨 의혹을 받고 있어 블라인드 채용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김운호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채용비리를 예방할 수는 없다”며 “채용비리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도 적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지켜지지 않을 법을 만들어 불신을 유발하기보다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낙하산을 막기 위해 필기시험을 도입하거나 기업의 채용 전반을 외부기관이나 업체에 맡겨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하지만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필기시험을 보면 결국 학벌순으로 줄 세워 뽑는 과거방식으로 회귀하게 된다”며 “또 채용을 외주업체가 관할하면 기업의 철학이나 인재상에 맞는 인력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부 채용을 아예 양성화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기부 입학에 대한 거부감이 큰 한국 정서상 ‘현대판 음서제의 양성화’라는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기업의 자정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외부의 압력이나 입김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채용 원칙과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채용공고를 낼 때부터 모집 직군의 성격과 업무내용, 채용인원을 명확하게 공지하고 서류, 필기, 면접 전형의 합격 커트라인과 비중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모호한 모집공고 때문에 채용과정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취준생들은 일단 지원부터 하고 보는 사회적 비용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수미·정필재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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