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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잔 부자는 부지런함이 만들고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다. 지금도 그럴까?

2016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빅쇼트’에서는 지금은 데이터를 읽는 눈이 큰 부자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7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예견한 금융천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자는 미국 경제 칼럼니스트이며 경제소설 대가인 마이클 루이스로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머니 매니저 경험을 살려 미국 경제와 금융 산업의 숨겨진 이면을 꼬집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이다.

‘빅쇼트’란 가격이 하락하는 쪽에 투자하는 것을 말하는데, 얼핏 보면 어이없는 투자로 보인다. 그러나 가격하락이 바닥을 칠 때 이를 살리기 위한 보험채권에 대한 투자의 경우 대박이 되는 것이다. 수천 개의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을 묶은 주택저당채권, 그것을 잘라 다시 판매하는 주택저당증권(MBS) 등이 성행하는 과정에서 부실채권이 발생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을 모아 만든 모기지채권은 처음에는 고객·은행·투자회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욕심이 과해 부실채권까지 껴안으면서 진행될 때 도미노처럼 한꺼번에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는 몇 명의 경제실력가 캐릭터가 나온다. 전직 의사인 캐피털 회사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가 미국 금융시장의 붕괴를 가장 먼저 예측한 괴짜이다. 도이체방크의 트레이더인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도 부채담보부증권(CDO)의 부실을 꿰뚫어본다.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은 베넷에게서 알게 된 정보로 과감한 투자를 한다. 이 영화는 사람이 죽어가는 전쟁을 통해서도 떼돈을 버는 나라나 사람이 있는 것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에도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배에 물이 새고 있는데도 그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 모두 영향을 미쳐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그 타격을 더 심하게 입었다. IMF 외환위기 20년을 맞은 지금 왜 우리가 그런 위기를 맞았던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섣부르게 박카스 신에게 손에 닫는 것마다 금이 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다가 모두 다 금으로 변해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게 된 미다스꼴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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