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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K-9 자주포 폭발사고 조사결과…'일부 부품결함' 결론

입력 : 2017-12-26 14:03:59 수정 : 2017-12-26 14: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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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 "격발스위치 오작동·폐쇄기·장약 등 원인"
제조업체 "사고 원인은 여러 가설 중 하나" 반박
지난 8월 강원 철원군 지포리사격장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의 원인이 일부 부품의 복합적인 결함으로 발생했다는 조사결과가 26일 나왔다.

육군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이날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K-9 자주포 사고 조사결과 발표에서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육군은 기계·재료·화재·폭발 등 분야의 전문가와 한국 재료연구소 등 8개 전문 연구기관, 군경 수사기관 등 113명의 조사위원이 참여하는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를 편성했다.

육군에 따르면 조사위는 지난 4개월 간 현장감식 8회, 전문 감정기관의 채증물 감정 76건, 임상신문 13회, 관련 실험 23회 등을 실시하고 사고원인을 조사·검증했다.

조사위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격발 스위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자동 격발된 점, 폐쇄기(탄약·장약을 삽입하고 밀폐하는 장치)가 닫히지 않은 점, 닫히지 않은 폐쇄기에서 나온 화염이 바닥에 놓아둔 장약(화약)을 급속으로 연소시킨 점 등 크게 3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일어나 사고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김상식 조사위 민간위원장(경상대 나노신소재공학부 교수)은 "승무원이 격발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격발해머와 공이(뇌관을 쳐 폭발하게 하는 뾰족한 장치)의 비정상적인 움직임, 중력, 관성 등에 의해 뇌관(기폭장치)이 이상(異常) 기폭해 포신 내부에 장전돼 있던 장약(화약)을 점화시켰다"며 "폐쇄기가 내려오는 중, 뇌관집과 격발장치의 일부 부품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뇌관이 '삽입링 화구'에 정상적으로 삽입되지 않아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완전히 닫히지 않은 폐쇄기 아래쪽으로 포신 내부에 장전돼 있던 장약의 연소 화염이 유출됐다"며 "유출된 연소 화염이 바닥에 놓아두었던 장약을 인화(引火)시켜 급속 연소되면서 승무원이 순직하거나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사위에 따르면 K-9 자주포의 격발은 포신 안에 포탄과 장약을 넣고 폐쇄기가 내려지면 기계식으로 격발자가 공이를 때리고, 공이가 다시 뇌관을 충격해 뇌관이 기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뇌관이 뇌관홀(구멍)에 들어가는데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폐쇄기가 내려오지 못한다는 것이 조사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자동격발 과정에서 폐쇄기가 제대로 닫히지 않았고, 이상기폭이 발생하고 틈으로 화염이 방출되면서 바닥에 있던 장약에 불이 붙으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위는 결론을 내렸다.

또 조사위에 따르면 공이를 잡아주는 스프링의 경우 정상화포는 19.5㎜이지만 사고가 난 화포는 17㎜ 정도에 불과해 장력이 부족했다. 뇌관을 정확하게 뇌관홀로 넣도록 하는 뇌관지지대도 90도 각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사고가 난 자주포의 뇌관지지대는 45도 각도로 기울어 있었다.

이에 대해 K-9 자주포 제작업체인 한화 측은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발표하는 과정에 있어서, 수사기관과 제작업체, 전문기관들이 충분한 상호협의와 공감을 이루지 못했다"며 "현재 육군이 제시하고 있는 사고원인은 여러 가지 가설 중의 하나이며, 그 또한 정확하게 검증된 것이라기보다 추정에 기반한 것으로, 저희가 조사한 내용과 차이가 있어서 동의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한화에 따르면 이번 조사위 활동 과정에서 제작업체인 한화지상방산, 현대위아와 개발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은 조사위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배제됐고, 육군이 선정한 민간조사위원들과 만나거나 의견교환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제작업체와 국방기술품질원 등이 조사위에 수차례 추가 검증시험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한화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도출해 이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저희는 지금이라도 군, 제작업체, 전문연구기관 등이 협력해 추가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사위 관계자는 "군에서 확인하기 제한된 부분이 있어서 전문업체와 공동으로 조사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빠르면 1월 초 전수조사하려고 계획한다"고 밝혔다.

한편 장약의 위치도 문제로 제기됐다. K-9 자주포 내에는 3호 장약까지 들어가는 장약함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3호 장약보다 길이가 긴 5호 장약을 사용해 사격했고, 이 과정에서 미리 준비한 5호 장약을 그대로 바닥에 놔두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육군에는 사격 시 5호 장약의 위치와 관련된 교리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조사위 관계자는 "포대장의 조치가 안전상 적절한 조치 아니었다"며 "포대장부터 처벌범위를 논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육군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육군은 "(K-9 자주포) 사격 시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부품에 대해 전문검사관을 편성해 2회에 걸쳐 전량 기술검사와 정비를 실시했다"며 "장약을 보관하는 방법, 운용지침과 뇌관 사용지침, 사격 간 안전통제체계를 보완했다"고 밝혔다.

또한 "승무원용 난연전투복 120벌을 12월 우선 지급해 내년 2월까지 부대시험 후 전군으로 확대 보급할 계획"이라며 "주요 화기의 사격 절차, 안전통제와 관련한 세미나, 교육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육군은 이밖에도 포병 안전사격 시범식 교육 후 단계적으로 사격을 재개하고, 정비인력 보강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정비부사관 인사관리 개선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요 부품 품질개선과 병행해 블랙박스와 자동 소화장치 설치 등 36개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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